과학 관련 콘텐츠 개발 통해 과학 인재 양성에 일조해야

 

지난해 옆 나라 일본에서는 17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맞으며 아시아의 위상을 높였다. 눈에 띄는 점은 이 중 14명의 수상자가 화학, 물리학, 생리의학 등 자연과학 부문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나로호 발사’가 성공적으로 끝나며 과학기술 분야의 진보를 보여줬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씁쓸한 이유도 여기 있다. 우리나라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지만 그동안 눈에 띄는 성과는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탓이라고 입모아 말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적고, 단기간에 실적이 드러나는 응용과학에 집중해왔다. 대학 내에서도 공과대에 속하는 응용과학이 인기를 이어가는 반면, 자연과학대에 기초과학은 전공 삼는 학생들도 많지 않고 그마저도 취업을 위해 전과나 복수전공으로 눈을 돌리는 현실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팽배한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무관심이 일본에는 있는 노벨상 과학부문 수상자가 우리나라에는 없는 이유다.

사실 전문지식을 요하는 ‘과학’ 그 자체가 대중에게 친근한 소재는 아니었으나, 최근에는 나로호와 함께 우리나라 과학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마침 몇 달 전에 ‘과학자’의 꿈을 북돋던 광고가 나왔던지라 과학 인력 창출 면에서도 나로호의 나비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꾸준한 미디어 노출 없이는 나로호의 성과 및 과학 분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이어지기 어렵다. 더군다나 과학기술 분야는 전문 지식 없이 이해하기 힘들고, 연예나 범죄처럼 오래전부터 다수의 흥미를 이끌어내던 분야도 아니었다. 어렵고 생소한 과학 분야가 대중의 관심을 받은 것은 ‘나로호 발사 성공’, ‘한국인 최초의 우주여행’ 등과 같이 국가적으로 큰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로 한정되어 왔다. 그래서 과학발전에 대해 대중들의 관심이 모인 지금이 ‘과학’을 꾸준히 알리고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를 키울 기회이기도 하다.


 


‘미디어와 꿈, 그리고 과학자’

‘2012 학교진로교육 지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장래희망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 중 ‘TV드라마 등 언론’에 영향을 받는다는 응답이 부모님(46.6%)에 이어 두 번째(10.1%)로 높았다. 주위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청소년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친구와 담당 선생님에 앞서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매스컴의 영향을 받아 진로를 결정한 사례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고 요리사의 꿈을 키운 송지현(24세)씨는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에서 평생의 꿈을 찾았다. 잘 모르던 분야였는데 드라마를 통해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다양한 직종이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고, 시청자들은 방송을 통해 해당 직종을 이해하고 새로운 꿈과 삶의 목적을 세우고 있다.

리 사회에서 과학 꿈나무들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사회에서 과학기술 관련 콘텐츠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만 해도 과학 관련 드라마는 인기 소재 중 하나가 된 메디컬 장르를 제외하고는 컴퓨터 공학을 기반으로 한 sbs 드라마 ‘유령’이 전부이다. 과학기술 소재 드라마가 일반적인 다른 선진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영국 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와 미국의 과학 드라마 ’스타트렉‘ 등은 시청률 면에서도 성공적이었다. 특히 미국은 ‘CSI 과학수사대’를 통해 과학수사와 시청자의 거리감을 더 좁혔다. 이 외에도 ‘스타워즈’, ‘터미네이터’, ‘쥬라기공원’, ‘아이언맨’ 등의 영화는 우주과학과 유전공학 등 교과서로는 배우기 딱딱한 과학기술을 흥미롭게 풀어 보여줬다.

서울대 김제완 명예교수(물리학과)는 일전에 ‘과학기술 대중화와 방송’이라는 세미나에서 “우리 사회에는 과학과 기술을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이 심각하게 마련되어 있다”면서 “오락프로처럼 쉽고 재미있게 과학기술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CSI 시리즈와 메디컬 드라마를 즐겨본다던 김희진(22세)씨 역시 “과학정보를 시각효과와 스토리텔링을 통해 쉽게 습득할 수 있고, 딱딱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해 김 교수의 의견을 뒷받침했다. 나아가 빅뱅이론의 애청자인 이형석(24세)는 “다양한 물리적, 화학적 내용들이 쉽고 재미있게 느껴진다.”고 했으며, 모르는 것은 궁금해서 찾아본다며 드라마와 해당 정보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과학 관련 콘텐츠 개발 시급’

대학생 남경식(카이스트, 3학년)씨는 “과학 용어가 어려워서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보통 사람들이 과학을 멀게 느끼는 이유 중에 하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매체를 통해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과학을 알려야 하는 이유다. 각각의 개인이 어려운 과학 서적을 뒤적이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또한 많은 과학 꿈나무들이 과학 기술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창구로써 과학 관련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과학 관련 콘텐츠 개발은 과학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다.

더군다나 요리사, 의사, PD, 디자이너 등 그동안 나올만한 드라마 소재는 다 나왔다. 긍정적으로 전망했을 때, 미디어에서 과학기술 소재는 블루오션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욕구를 채워줌과 동시에 과학 기술이 생활 속에 깊이 녹아들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과학수사 드라마인 ‘CSI 시리즈’가 한국에서도 인기인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잘 만든 과학기술 드라마는 성공 가능성이 있다. 제 2의 ‘카이스트’, ‘싸인’ 등을 만들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도 밝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