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너의 공부를 대신해주지 않아”
최근 서울 시내 버스에서 볼 수 있는 광고다. 입시업체 메가스터디가 ‘2013 주간 완전학습 캠페인’ 광고에 쓴 문구다. 광고의 전문은 이렇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으니/ 넌 우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질 거야/ 그럴 때마다/ 네가 계획한 공부는/ 하루하루 뒤로 밀리겠지/ 근데 어쩌지?/ 수능 날짜는 뒤로 밀리지 않아.”
“벌써부터 흔들리지 마/ 친구는 너의 공부를 대신해주지 않아.”
이 문구들을 두고 인터넷에서는 ‘우정파괴 광고’라는 말이 오가고 있다. 이에 대해 메가스터디 측은 “새 학기가 됐으니 열심히 공부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친구라는 잘 와닿는 소재를 차용한 것일뿐”이라고 답했다.
예전부터 자극적인 광고는 늘 있어왔다. ‘국방의 의무 축하해’라며 노래를 부르는 포인트 카드 광고라던가, ‘세상에 없어도 대학 입학을 시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오는 보험 광고 등이 그러했다. 그런 광고들은 자극적인 소재와 문구를 사용함으로써 광고의 효과를 극대화했지만, 도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 결국 사과한 바 있다.
이번 광고는 비슷하지만 결과는 다르다. ‘새학기라고 휘둘리지 말고 공부에 집중하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자극적인 용어들로 반감을 일으키고 있다. ‘우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라는 문구를 보자.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가 우정이라는 ‘명분’이고 ‘핑계’라고 정의하고 있다. 공부할 시간에 공부를 하지 않고 친구들과 노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어울리는 것’ 자체에 대해서 ‘그럴듯한 명분’이라며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다.
답변 또한 사과가 아니라 ‘단지 메시지 전달을 위해 잘 와닿는 소재를 차용한 것’이라는 투다. 하지만 그 답변만으로는 ‘우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택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할 수 없다.
한 쪽에서 ‘맞는 말 아니냐’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전의 자극적인 광고들과는 좀 다른 양상이다. 이전 광고들은 대다수의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이번엔 ‘맞는 말인데 무엇이 문제냐’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우울한 단면을 발견할 수 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우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라는, 우정이라는 가치를 폄훼하는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했는 데도 ‘맞는 말 아니냐’며 동감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비이상적인 고도경쟁에 무감각해져 있는 것이다.
결국 10대, 20대는 마지막 광고 문구처럼 ‘벌써부터 흔들리지 마’라는 말만 믿고 살아가고 있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라는 아이러니한 말로 다시 자신을 위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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