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最初), 전무(前無). MBC <무한도전>을 설명하는 말을 꼽으라면 이 두 단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최초의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점에는 의견이 갈린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그 형식과 내용상 많은 부분에서 최초의 시도를 했다는 점과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전에 없던 거대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팬덤 그 이상의 팬덤... 2차 콘텐츠 생산까지

특히 무한도전의 팬덤은 웬만한 아이돌 팬덤 못지 않은 ‘화력’을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 무한도전의 프로젝트로 제작되었던 ‘2011년 달력’은 60만 부에 이르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강변북로 가요제’,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 ‘박명수의 어떤가요’ 등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음원 역시 차트 상위권을 싹쓸이하며 그 위력을 과시했다. 

그 원동력은 바로 무한도전의 팬덤이었다. 네이버, 네이트 등 포털 사이트와‘디시인사이드 무한도전 갤러리(무도갤)’, ‘무도피디아’ 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에서 ‘무한도전의 팬’을 자처하는 이들은 엄청난 수를 자랑한다.

무한도전 팬덤의 가장 큰 특징은 그들이 시청자, 지지자의 역할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한도전의 콘텐츠를 그들 방식으로 수용해 새롭게 재창조하고, 나아가 그것이 다시 프로그램에 반영되게까지 한다. 팬들 스스로 무한도전의 역사를 정리하는 ‘리뷰북’을 발간했고, 예능 프로그램 최초의 자발적 팬 사이트인 ‘무도피디아’를 만들었다. 무한도전 팬인 ‘별똥별’이 그린 ‘무한도전 카툰’은 무한도전 프로그램에서 공식 캐릭터로 사용되기까지 했다. 제작진과 팬들의 소통과 신뢰가 가장 굳건한 TV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별똥별 블로그(http://blog.naver.com/reveuse1207)



‘무도빠’가 ‘무도까’를 만든다

하지만 무한도전 팬덤의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상에서 ‘무도빠’로 불리는 일부 무한도전 팬들의 열광적인 태도는 중립적인 네티즌들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무도까’로 불리는 ‘무한도전 안티 세력’을 만들어내는 데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무한도전에 대해 중립적이라고 밝힌 대학생 주재민씨는 “과거 무한도전을 열심히 봤지만 요즘은 무도빠들 때문에 안 본다”고 밝혔다. 주 씨는 일부 무한도전 팬의 맹목적인 행태에 큰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경쟁 프로그램에 대한 견제와 팬덤의 범위를 넘어선 프로그램에 대한 지나친 요구는 ‘무도까’들이 ‘무도빠’들을 공격하는 주요 소재가 되고 있다.

‘무도빠’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이다. 당시 무한도전은 시청률 20%대 후반을 기록하며 인기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다. 

이에 맞서 고전하던 SBS ‘라인업’은 때마침 발생한 태안 서해안 유조선 사건 현장을 방문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라인업의 태안 방송은 조작이다’라는 요지의 게시물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이 네티즌은 ‘이래서 내가 무한도전을 더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당시 무한도전 팬들과 라인업 팬들 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록 조작 의혹은 루머로 결론이 났지만, 이 사건의 여파로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던 라인업의 시청률은 다시 정체되었고 끝내 폐지되고 말았다. 무한도전 팬덤의 그릇된 한 단면을 보여준 사례였다. 

타 프로그램에과 특정 멤버를 향한 집단 도를 넘은 집단 비방

라인업 외에도 일부 무한도전 팬들의 KBS ‘1박2일’, SBS ‘패밀리가떴다’, SBS ‘스타킹’ 등 유사한 장르의 프로그램이나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들에 대한 비난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일부 팬의 공격성은 타 프로그램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의 멤버인 가수 길(본명 길성준) 역시 일부 팬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2009년 무한도전 제 7의 멤버로 영입된 길은 4년째 무한도전에 출연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청자 게시판이나 ‘무도갤’ 등에서는 ‘길은 하차해야 한다’는 게시물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이는 프로그램 내에도 반영되어, 투입 초기 다소 과할 정도로 ‘무리수’를 던진다는 평가까지 받던 길의 멘트량은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길은 ‘300회 특집’ 에서 ‘내 자신이 부끄럽고 스스로 원망도 많이 하게 된다’고 밝혀 자신이 실제로 위축되어 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라인업 조작 의혹을 제기한 글. ⓒhttp://old.dcnews.in/news_list.php?code=ahh&id=283708



일부 팬, 프로그램에 대한 무리한 요구도

무한도전이 ‘기부’, ‘시청자 봉사’ 등 공익과 시청자들에 대한 서비스에 관련된 아이템을 여러차례 방송하다보니 팬들의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무한도전 팬덤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가장 크게 일어난 것은 '슈퍼7 콘서트‘ 논란이었다. 

’슈퍼7 콘서트‘는 무한도전 출연진들이 프로그램과는 관련 없이 리쌍컴퍼니의 주최로 기획한 콘서트였다. 문제는 그것이 유료 공연이었다는 점이다. 적지 않은 무한도전 팬들이 비싼 티켓 가격을 비판했고, 그 중 일부는 무료 공연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결국 공연은 취소되었고 무한도전 멤버들은 시청자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하지만 멤버들의 사비로 진행되는 콘서트에 무료 공연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티켓 가격 역시 다른 가수들의 공연과 유사하거나 조금 비싼 수준으로, 출연진들이 정상급 연예인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비합리적으로 높은 가격은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팬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수퍼콘서트7'사건과 '길 키보드 선물 논란'

최근에도 길의 키보드 선물 논란이 있었다. 2월 2일 설을 맞아 멤버들이 스태프들에게 애장품을 선물로 주는 내용이 방송되었고, 이때 등장한 길의 고가 키보드가 큰 관심을 모았다. 

이날 방송분에서 길은 멤버들이 스태프들에게 선물하고 남은 애장품들을 ‘추첨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드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심을 모은 길의 키보드가 시청자 선물 목록에 없자 일부 시청자들은 시청자 게시판에 ‘왜 키보드가 목록에 없냐’며 불만을 제기했다. 분명 해당 방송분에서 ‘스태프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힌 뒤였다. 

비록 사건은 제작진의 해명으로 끝이 났지만, ‘일부 팬들이 호의가 계속되니 권리인 줄 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런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무한도전 팬덤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점차 힘을 얻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문제들을 무한도전 팬 전체의 문제로 규정할 수는 없다. 무한도전을 첫 회부터 봐왔다는 대학생 최효훈씨는 “인터넷 상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일부다”라고 주장했다. 오래 동안 방송되었고 많은 팬이 있는 만큼 다양한 팬이 있고, 그 중 일부가 맹목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이 무한도전 팬덤 그 자체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팬덤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는 주장이다. 

방송이 시작된지 8년째에 접어드는 무한도전이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시청률과 탄탄한 팬덤을 자랑하고 있다. 대중문화에 미치는 파급력 또한 막강하다. 영화 <스파이더맨>의 대사 중 “강한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Great power always comes with Great responsibility)”는 말이 있다. 일부 팬들의 말처럼 무한도전은 ‘한국 TV 예능의 역사를 바꾼’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고, 걸맞는 성숙한 팬덤이 필요하다. 일부 팬들의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