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게임에 있어 화려한 그래픽과 액션요소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런데 2013년에 등장한 한 게임은 이러한 상식을 완전히 파괴했다. 때리고 부수는 말초신경 자극 없이 순수하게 게임성으로만 승부한 이 게임은  발매 2주만에100장이 넘게 팔리는 유래없는 히트를 쳤다. 바로 도시개발게임의 고전 심시티(맥시스, 2013)다.

단순히 심시티만이 이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다른 게임 타이틀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국제적인 디지털 유통망인 스팀의 인기순위를 보면 대형게임업체 캡콤의 레지던트 이블6 바로 옆에 Organ Trail, Star Drive같은 인디게임들이 위치하고 있다. 자극적인 게임도 많지만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대형 제작사의 액션게임 옆에 나란히 늘어서 있다. 국내처럼 천편일률적인 대형온라인 게임만 순위권을 차지하는 게 아니란 뜻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 순위를 보면 서든어택, 아이온 등 비슷한 온라인 게임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끼리끼리 모인 이들 게임이 한국 게임문화를 오염시키는 오염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묻은 돈 뺏기에 열 올리는 게임회사

국내 온라인 게임순위의 상위권에 속한 게임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1. 복권형 아이템


2. 강화 시스템



현재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산 게임 ‘서든어택’에는 '대박배틀코인상자'라는 아이템이 있다. 실제 현금 900원에 구입할 수 있는 이 아이템은 사용 시 3천~20만 사이의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무작위로 준다.

사실상 복권의 개념이다. 게임머니로 '대박'을 치려면 더 많이 구매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아이온'에서는 '포춘쿠키'라는 아이템을 판매한다. 이 500원짜리 아이템은 사용하면 무작위로 아이템을 준다. 이 또한 계속된 구매를 유도하는 복권형 아이템이다.

그 외에도 '강화'시스템으로 게이머를 옭아매는 경우도 있다. 강화시스템이란 게임 내에서 자신의 아이템을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업그레이드 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사실상 도박인 '강화' 시스템은 아이템을 더 강하게 하지만 동시에 일정확률로 실패한다. 실패하면 아이템은 허망하게 사라진다. 게이머는 사라진 아이템을 위해 또 다시 강화를 시도하고 현금까지 투자한다.

강화시스템은 필연적으로 게임중독과 현금거래를 불러온다. 강화를 그만두려해도 강화를 유도하는 강화성공메세지가 주기적으로 게임화면에 나타난다. 누군가 극히 드문 확률을 뚫고 강화를 성공하면 마치 로또 당첨자를 소개하듯 전 서버에 강화성공자를 알리는 것이다.

강화 없이 게임을 하려고 해도 강화아이템과 비강화아이템의 성능차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강화를 해야 하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강화 아이템을 사기 위해 공공연하게 현금거래가 이루어진다. '리니지'의 경우 강화된 아이템이 몇 천만 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으며 ‘아이템베이’ 같은 아이템 현금거래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수백 건씩 이런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것은 비단 몇몇 게임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의 모든 국산게임이 이러한 복권시스템과 강화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인기순위상위권 게임중에 유일하게 이런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은 게임은 해외제작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뿐이었다.

정부의 정책은 실패, 그러나 게임사의 잘못은 맞다

2010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적극적인 게임규제 이후 게임업계는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가 왔음을 호소했다. 게임업계 1위, 넥슨은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2%가 감소했다. 넷마블 또한 총매출은 전년대비 18% 감소했다. 리니지, 아이온 등으로 유명한 게임제작사 엔씨소프트는 전체직원의 30%를 줄이는 강수를 두었다. 게다가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셧다운제 시행이후 심야 게임시간 감소는 0.3%로 정부의 정책은 분명 게임산업을 위축시키고 청소년 보호도 놓친 실패한 정책이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게임중독을 유발하는 주체는 게임사가 맞다. 게임사들이 단기적인 수익증가를 위해 사행성 시스템을 게임에 적용한 결과 아이들은 복권아이템과 강화시스템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게임중독이 논란이 되고 아이들이 현금결제를 하도록 만든 것은 돈에 눈이 먼 게임사의 도덕적 해이에 책임이 있다. 정부는 게임의 시간을 규제 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게임문화를 만드는 게임자체를 규제해야 한다.

재밌는 게임에 ‘집중’하는 것과 같은 행위를 강박적으로 하며 ‘중독’된 것은 분명히 다르다. 스포츠는 즐겨도 좋지만 강박적으로 복권을 사도 도박에 빠져서는 안 되는 이유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