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은 옹기종기 모여 감자를 나누어 먹던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다. ‘해안선 5km 밖 모든 사람은 폭도로 규정한다는 소문을 듣고 마을 사람들은 얼떨결에 피난길에 오른다. 어머님 걱정과 돼지 걱정을 품고 온 마을 이웃들은 동굴에서 낮에는 도란도란 수다를 떨고 밤에는 맑은 공기를 마시러 마실을 나간다. 그들은 동굴에서 캠핑을 하러온 보이 스카우트 단원들처럼 하루하루를 보낸다.

당시 미군정 하에 있던 우리나라는 이승만 대통령이 제주도에 계엄을 선포해 제주 산간 마을에 대해 제주도 해안선 5km 밖에 있는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하고 무조건 사살하라는 소개령을 반포하고 초토화 작전을 전개했다. 마을 주민들은 토벌 부대의 공세를 피해 깊은 산으로 들어가 숨어야 했다.

마을 주민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동굴로 숨긴 했지만 자신들이 왜 죽어야 하는지 군인들이 왜 자신들을 죽이는지에 대한 이유를 모르고 있다. 영문을 모르는 것은 군인들도 마찬가지다. ‘, 죄없는 사람들 죽일 수 있어?’ 먼저 투입된 토벌대의 박 일병이 신병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그들 또한 빨갱이라고 불리는 순박한 섬 주민들을 오로지 명령에 복종해 죽여야 했다. 

영화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 포스터

영화는 우리에게 그들이 왜 죽는지, 그리고 군인은 왜 죽여야 하는지. 왜 마을 주민들이 빨갱이인지 끝내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갈 뿐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울려 퍼지는 이어도 사나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제주 주민들이 꿈꿨던 사후세계의 이상향이자 구원의 섬이었던 이어도로 가는 길은 그들에게 너무나 멀고 험난했기 때문이다.

광주는 518일이 되면 한 집 걸러 한 집이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제주도 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초토화 작전 당시 희생당한 주민들의 수는 3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광주의 민주화항쟁은 8년뒤인 1988년에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과 책임자들에 대한 제재가 가해졌지만 제주 4.3 사건은 행간의 주목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반 세기가 지난 지금도 제주 4.3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상규명은 이루어지지 않고있다.

국가 뿐 아니라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관광지 제주의 아름다움에 매몰돼 제주 사람들의 삶과 역사에 대해 무관심 했던 것이 사실이다<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을 연출한 오멸 감독은 GV(감독과의 대화)에서 영화가 흑백으로 연출하게 된 것은 제주도의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화려함 내면에 있는 슬픔을 집중하기에 적절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올 때 관광객의 눈이 아닌 여행자의 눈으로 제주도를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말미에 이제 그만 죽이세요.’라고 말하는 정길의 말은. 감독이 그리고 과거를 살아가고 있는 제주도민들이 우리의 무관심에 그리고 국가에 던지는 묵직한 외침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