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법무부의 출입국ㆍ외국인 정책 통계 결과, 지난 6월 말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총 8만6971명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중 중국인 유학생이 80%에 가까운 6만5203명으로 가장 많은 수를 보였다.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의 대학가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캠퍼스 내에서 쉽게 글로벌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대학 당국이 유학생을 유치함에 있어,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역기능들도 생겨나고 있다. 아직 한국인 학생들에게는 멀고도 가까운 중국인 유학생. 그들의 국내 캠퍼스 생활에 대해 살펴본다.

 



중국인 유학생, 한국생활 만족도 낮아

중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의 대학생활에 만족하고 있을까. 각종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들의 캠퍼스 생활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중국인 유학생 5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과 일본의 중국인 유학생 유치전략 비교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내 중국인 유학생들의 생활 만족도가 일본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중국의 지인에게 한국 유학을 권유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부정적’이라고 답한 중국인 유학생은 23.3%였다. 이는 8.5%가 부정적이라고 답한 일본 내 유학생에 비해 3배 정도 높은 수치다.

다음으로 주변 한국인 학우에 대한 정서도 친근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한 중국유학생연합회가 실시한 ‘재한 중국 유학생 학습생활 적응상황’ 설문에 따르면, 주변 한국인 학우에 대한 정서를 묻는 질문에 30.9%의 중국인 학생들이 ‘서로 간에 벽이 있다고 느낀다’, 23.3%가 ‘어색하다’고 답해 한국인과 중국인 학생간의 교류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제·인문 사회연구원이 중국 유학생 12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중 양국민간 우호정서 저해원인 연구’ 결과, ‘중국인 유학생의 반한정서 유무’를 묻는 질문에 37.1%의 학생들이 ‘어느 정도 있다’고 답했다.

유학생활의 장애물

중국인 유학생이 한국 유학생활을 불편하게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중국인 유학생들은 ‘의사소통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한국의 어느 유명 사립대학교 포탈에는 중국학생들에 대한 한국학생들의 불만의 글이 많이 올라온다. ‘대화가 통하지 않아 조별활동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학과 수업만 해도 벅찬데 중국인 유학생의 한국어 실력까지 신경 쓰기는 힘들다’, ‘중국인 학생들은 조별활동 때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인하대학교에서 4년째 공부하고 있는 중국인 마모 씨는 “유학 초기에는 한국어로 의사소통하기가 힘들어 마음고생을 했다”며 “말실수를 하거나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을 때 한국인 학생들이 참고 기다려주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할 때가 있었다”고 전했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인 표모 씨 역시 “함께 토론에 참여하고 싶은데 진행속도가 너무 빨라 아무 말도 못할 때가 많다. 은어를 사용해 한국인 학생들끼리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조별활동 때 한국학생과의 거리감이 제일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각 대학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공하는 어학 프로그램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몇몇 대학들이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어학원을 두고 멘토 형식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 형식적인 수준에서 그치고 만다는 것이다. 소수에 불과하지만, 진심어린 교류를 원하기보다 단순히 경험을 쌓기 위해 멘토 프로그램을 신청한 한국인 학생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에서 제공하는 멘토 프로그램을 받은 적이 있다는 한 중국인 학생은 “멘토가 약속 시간을 잘 지키지 않고, 도움을 주는 것을 귀찮아하는 듯한 인상을 몇 번 받았다”며 “유학초기 학생들은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더라도 조금 더 따뜻하게 유학생들을 대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언론의 왜곡 보도’ 또한 중국인 학생들이 느끼는 아쉬움으로 나타났다. 언론이 중국내 일부 지역에서 벌어지는 후진적인 모습을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보도한다는 것이다. 중국인 유학생 국모 씨는 “‘대륙’,‘짱깨’ 등 중국을 비하하고 우스갯거리로 삼는 기사나 댓글을 볼 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며 “유학생들도 이용하는 인터넷 공간이니 만큼 지나치게 공격적인 댓글은 서로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서운함을 내비쳤다.

한국인 학생들에 대해 애정 어린 조언을 하는 유학생들도 있었다. 

유학생 천모 씨는 “한국인 학생들은 착하고 성실하지만 친해지기 전에는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며 “마음의 문턱을 낮추고 여유를 가진다면 훨씬 더 즐겁고 풍부한 대학생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친구가 몇 명 있다고 밝힌 그는 “지난 축제 때 친한 친구들과 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글로벌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한국인 학생들과 중국인 학생들 모두에게 큰 경험과 추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