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文友>가 건 한 장의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다현수막에는 일반대학원만 등록금 인상양심개념나로호와 함께 우주로 보내셨습니까?’ 라고 쓰여 있었다. <文友>측에서 현수막을 내건 것은 올해 고려대 일반대학원의 등록금이 2% 인상되었기 때문지난 2011년 등록금을 1% 인상한 고려대 일반대학원은 2012년 등록금을 동결했지만올해 다시 2% 인상하면서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올해 대학원 등록금이 인상된 곳은 고려대뿐만이 아니다연세대 일반대학원은 1.5% 등록금 인상을 감행했고서강대 역시 일반대학원 등록금을 4~5% 인상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이에 지난6연세대와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인상 철회를 촉구했다이들은 학부보다 100만원 가량 높은 대학원 등록금은 오히려 인상됐다며 교육의 평등한 제공을 위해 두 학교는 근거 없고 폭력적인 대학원 등록금 인상 결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대학원의 연이은 등록금 인상으로 인해 대학원생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반값등록금 열풍과 교육과학기술부의 등록금 인하 요구로 인해 대학교 등록금이 인하 추세인 반면, 학원의 등록금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쏠린 틈을 타 야금야금 오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학원의 장학제도는 그다지 탄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이 날로 오르고 있음에도 많은 대학원생들이 장학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이다. 
 

날로 치솟는 대학원 등록금

ⓒ한국대학신문

민주통합당 유은혜 의원이 지난달 전국 대학교와 대학원(일반대학원 기준)을 대상으로 등록금 현황을 분석해 발표한 결과, 사립대 대학원 등록금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평균 6%(58만원) 인상된 반면 대학교 등록금은 0.1%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국립대 대학원 박사과정 등록금은 같은 기간 동안 14.7%(75만원) 인상되어 대학원 중에서도 등록금 인상폭이 가장 컸다. 사립대 중에는 연간 등록금이 1000만원이 넘는 대학원도 수두룩했다. 이는 학부 등록금보다 280만원 정도 비싼 수준이다. 일반대학원 중 가장 비싼 등록금을 자랑하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원의 경우 연간 등록금이 1761만원에 달했다. 법학, 경영 등 전문대학원은 이미 연간 등록금 2000만원을 넘긴 지 오래다


대학원 등록금 인상 문제는 작년 무렵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등록금 실질부담률을 종전보다 5% 이상 낮춰야 국가장학금 지원을 하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엄포로 인해 많은 대학교들이 이 시기 등록금을 인하했다. 문제는 그만큼 대학원 등록금을 인상한 학교가 많다는 것. 작년(2012년) 기준 동국대, 건국대, 상명대, 국민대 등이 5% 이상 인상했고, 이화여대, 숙명여대, 가톨릭대 등도 3~5% 정도 등록금을 올렸다. 학교 측은 물가도 상승했고 학부 등록금도 낮춘 상황이기에 대학원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학원생들의 반발은 상당하다. 연세대 대학원에 다니는 이수지 씨는 지식을 넣어주시려는 교수님께 돈이 다 돌아가는 것도 아닌데다, 그만큼의 기자재를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연간 800만원 가까이나 등록금을 받는 건 좀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교보다 등록금 부담이 커진 대학원이지만, 국가적 지원 방안은 대학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장학금 제도가 본궤도에 오른 대학교와 달리 대학원은 여기에서 아예 소외되어 있다. 대표적인 학자금대출 제도인 든든학자금의 경우에도 대학원생에게는 일반상환학자금대출만 허용되고 든든학자금 대출제도의 대표적인 지원책인 든든학자금대출은 불허되는 등 제한이 있다. 든든학자금대출은 대출 완료 기한 없이 취업 후에 상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일반상환학자금대출은 대출 이후 최대 10년 안에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아야 한다. 부담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턱없이 부족한 학비지원책

국가적 지원이 부족한 편이다 보니 결국 대학원생의 학비 부담 정도는 전적으로 해당 대학원과 학교의 자체적인 장학 제도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상당수의 대학원생들이 충분한 장학금을 받지 못하고 직접 학비를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한국직업개발능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및 수도권 소재 일반대학원을 졸업한 박사 졸업생 6680명 중에 학교 장학금을 통해 학비를 조달한 비율은 27.8%에 불과했다. 반면에 가족의 지원을 받거나 대출 등을 통해 본인이 직접 학비를 부담하는 비율은 67.3%에 달했다

대학원 내에서 학생들이 학비를 충당하는 방법으로는 장학금과 조교 활동이 있다. 장학금의 경우 대학원 내에서 자체적으로 지급하는 장학금과 학교에서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장학금, 그리고 한국장학재단 등 외부 재단에서 지급하는 장학금이 있다. 대학원 내에서 자체적으로 지급하는 장학금은 동창회를 통해 지급되기도 하고, 대학원에서 프로젝트나 연구를 진행하면 연구를 보조해 주는 대가로 일정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조교의 경우 행정조교, 교육조교, 연구조교 등의 이름으로 학과 내 대학원생들 중에서 선발하는데 한 학기 동안 주어진 업무를 하는 대가로 일정 수준의 등록금을 장학금 명목으로 감면받는다. 학과 내 각종 업무를 처리하기도 하고, 교수들의 연구 및 프로젝트를 돕거나 수업 준비를 보조하기도 한다.

이처럼 장학금을 받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정작 대학원생들이 느끼는 장학금 수혜 정도는 그다지 크지 않다. 한양대 대학원에 다니는 김재헌 씨는 아무래도 인문사회계 대학원은 장학제도가 다소 부실한 편이다라며 장학제도가 그다지 튼튼하지 못함을 지적했다. 동국대 대학원에 다니는 홍덕구 씨도 대학원 장학금의 대부분은 조교장학금이고 그 외에는 대학원 총학생회나 신문사 등이 있는데, 이들의 TO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있는 조교장학금도 최근 잇달아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지난 3월 중순에는 카이스트 대학원생들의 한 달 평균 임금이 565706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었다. 이들의 월급은 최저임금은 물론 최저시급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멀쩡히 있던 장학금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고려대는 올해부터 일반대학원 조교장학금 제도를 변경해 한 학기 단위로 장학금을 수여하던 것을 폐지하고 시급제로 변경했다. 시급은 6000원인데, 이렇게 되면 기존 장학금 기준으로 수혜 액수가 절반 이상 줄어든다. 이에  <文友> 측은 이 돈으로는 한 학기 등록금의 절반도 충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26일 홈페이지에 게시된 규탄 성명서에서  <文友>는 "‘반값 등록금’은커녕 오히려 대학원생들에게 ‘반값 임금’ 폭력을 안겨주는 학교 측의 행정에 매우 분노한다"라며 "학생들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결정한 학교 측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학교 내에 학생과 학교 사이를 이어주는 민주적인 의사결정기구의 설립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조교 자리를 얻은 경우는 그나마 다행인 케이스. 모든 대학원생들이 조교를 할 수는 없기에 자리를 얻지 못한 대학원생의 경우 더욱 힘들게 학비를 충당한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자금대출을 받기도 하고, 불가피하게 집에 손을 벌리기도 한다. 실제로 대학원생들은 학자금대출을 받는 비율이 일반 학부생보다 높았다. 주요 사립대학원(일반대학원, 20122학기 기준)의 학자금 대출 비율을 보면, 연세대 15.1%, 고려대 14.6%, 성균관대 16.4%, 서강대 15%이다. 이는 이들 대학 학부생의 학자금 대출 비율이 8~10% 수준인 것과 비교해 다소 높은 수치다.

기본 등록금이 워낙 비싼 데다가 매년 등록금이 오르다 보니 아무리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장학금을 받아도 매 학기 학비를 벌어들이기가 힘들다. 그래서 대학원을 그만두는 경우도 눈에 띈다. 지난 가을에 대학원을 그만둔 A씨는 대학원 강의를 듣는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지만 결국 학비를 감당하지 못했다. A씨는 등록금뿐만 아니라 차비, 책값, 식비, 방세 등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들을 모두 충당하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 한 개 가지곤 안 된다라며 대학원을 자력으로 다니기 위해 적어도 하루 14시간 알바를 해야 했는데 수업시간, 통학시간, 취침시간 등을 제외하다 보면 공부할 시간이 하루 30분밖에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 차원에서의 논의 확대가 필요해

이런 상황임에도 대학원에 국가장학금과 같은 보편적 장학제도가 도입되지 않는 이유는 대학원은 갈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2학년 대학교 졸업생 중에서 대학원에 진학한 비율(4년제 기준)11.8%로 나타났다. 80%에 이르는 대학진학률에 비하면 매우 낮다. 그러나 이 수치는 2005년의 10.7%보다 높아진 수치로 대학원 진학률은 몇 년 동안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박사를 취득한 학생 수도 2008년 이래로 꾸준히 늘고 있어, 2011년 처음으로 9만 명을 넘어섰고 2012년에는 석, 박사 취득 학생 수가 95,008명에 달했다. 이처럼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학생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정작 갈수록 대학원에 다니긴 힘들어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이문희 연구원은 "대학원은 본래 전문적인 학문을 공부하기 위해 가는 곳인데, 최근 취업이 어려워진데다 대학교 졸업도 보편화되면서 대학원에 가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대학원 진학이 하나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류 작업이나 등록금심의위원회 등이 학부 중심으로 실행, 공개되는 상황이다 보니 대학원 등록금에 대한 제도적인 부분들이 잘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대학원에도 관련 제도가 정착되어야 함을 촉구했다. 대학원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영역이다 보니 등록금심의위원회 등 기본적인 절차들도 매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그러나 학부에서 대학원으로 가는 비율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대학원의 행정이 이전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학원 장학제도 역시 이와 연관될 수 있다. 대학원생들의 학비조달율이 30%를 밑도는 것에서 알 수 있듯 한국 대학원의 장학제도는 만족스럽지 못한 형편. 그렇기 때문에 각 대학교 차원에서 등록금에 대한 구체적 논의와 함께 장학제도의 개선도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