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 중구 명동 한복판에 권총 사격장 신설이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됐다. 명동에는 이미 사격장 한 곳이 운영 중이다. 여기에 더하여 서울 중구 을지로2가 롯데호텔 인근과 남대문시장 옆에 실탄 사격장 허가 신청이 들어왔다.

현행 법률상 권총 사격장의 허가는 관할 지역 지방경찰청이 갖고 있다. 때문에 사격장 관리 역시 경찰이 담당해야 하고, 혹여 총기 사고가 터지면 모든 책임을 해당 경찰청이 짊어져야 한다. 법률상 요건이 맞으면 허가를 내줘야 하지만 경찰은 안전상의 문제로 신규 허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권총 사격장은 총 8곳, 이 중 3곳이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새로 신청한 사격장2곳에 허가가 날 경우 서울에 5곳, 명동에만 3곳의 사격장이 집중 된다. 명동 인근은 호텔이 밀집되어 있고 해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지역이라 안전문제에 대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2006년에 발생한 은행강도 사건의 경우 범인이 사용한 총기가 서울 목동 사격장에서 탈취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 2009년 대구에선 범행을 목적으로 사격장에서 총기를 탈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도 있었다. 
 
총기 탈취 사고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사격장을 신설하려는 이유는 단 한 가지 ‘해외 관광객 유치’ 때문이다. 과연 해외 관광객 유치논리가 총기사고의 가능성을 덮고도 남을 만큼 사격장이 큰 인기일까. 사격장을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현재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명동의 한 실탄사격장을 직접 방문했다. 

 
 
사격장을 찾아가는 길 조차 쉽지 않았다. 지도에 표시된 곳 주변을 빙빙 돌다 결국 근처 안경점에 들러 사격장 위치를 물었다. 안경점 직원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으며 “총 쏘시려고요?”라고 반문했다. 그리고는 곧 옆 건물의 간판을 가리켰다. 누군가 사격장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면 쉽게 찾을 수 없는 위치였다. 


3층에 위치한 사격장을 찾았지만 3명 정도의 직원을 제외하고 손님은 단 1 명. 언뜻 보기에 20평은 될 법한 대기실엔 빈 소파만 가득했다.  평일 저녁이라는 시간을 고려해도 사격장은 매우 한적했다. 2개의 공간에 총 7개의 레인이 있었지만 기자가 사격에 머무르는 시간 동안 1명의 손님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엇다. 

사격에 쓸 총을 고르기 위해 테이블에 놓인 책자를 펼치니 중국어와 일본어가 빼곡했다. 만국 공통어인 아라비아 숫자로 대충 가격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기본 사격 가격은 내국인의 경우 10발에 4만원, 외국인은 5만원이었다. 그러나 호감을 끌만한 총과 사격수에 책정된 가격은 차이가 심했다.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40만원까지 매우 비쌌기 때문이다. 
 

건물의 경비원에게서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주로 일본일이나 중국인이 옵니다. 한국사람도 오구요. 서양 사람은 거의 안 옵니다." 총기 사용이 제한된 아시아 국가 사람들이 주요 고객인 듯 했다. 안전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물었다. " 매일 아침 저녁으로 경찰이 와서 사격장을 점검하고 갑니다."  명동 일대를 골고루 순찰해야 할 경찰 인력이 어쩔 수 없이 사격장에 집중되고 있었다. 앞으로 명동에 사격장이 신설될 경우 이같은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 자명했다.
 
지난 2012년 한 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수가 1천만을 넘어섰다. 한국관광공사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만 해도 총 103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찾았다. 사격장을 몇 곳을 더 신설한다 하더라도 사격장이 '관광자원'이 될만큼 관광객을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사격장의 신설의 이익은 '관광객 유치'라는 외피를 내세우는 일부 업자에게 집약되고 총기사고 위험과 안전관리 비용은 사회에 부담지우는 결과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실탄 사격장 허가, 다시 한 번 고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