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30일),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사학비리의 대부’ 이홍하의 비리 실태를 파헤쳤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이홍하는 지난 2000년부터 13년 간 교비 1004억 원을 횡령했다. 차명 계좌, 장부 위조, 소액 쪼개기 인출 등 갖은 위법 행위를 통해 돈을 빼냈다. 어마어마한 횡령 액수도 충격적이지만 그의 만행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교수들로 하여금 학교에 학생들을 일정 숫자 이상 끌어오라고 지시하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교수 명의로 대출을 받게 했다. 심지어 교수를 공사 현장에 인부로 투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들은 이 사실을 섣불리 고발하거나 학교를 그만두지 못했다. 이홍하가 학교 전체를 꽉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횡령 액수에 교수들에게도 온갖 부정행위를 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이홍하에게 주어진 심판은 너무도 가벼웠다. 1998년에도 그는 교비 409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그러나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징역형을 면했고 2개월 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유사한 규모의 횡령사건에 대한 형량과 비교할 때 그가 받은 형량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작았다. 이번에도 법원은 그에게 관대했다. 몸이 너무 안 좋다는 이유로 신청한 병보석을 광주지방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홍하가 받은 스텐트 삽입수술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수술 다음날 퇴원할 수 있다고 한다. 병보석을 받을 만한 사유인지 의심스럽다.

이홍하가 대규모 횡령을 저지르는 동안 서남대 등 그가 소유한 학교들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학교 곳곳에는 관리가 안 된 채 방치되어 있는 시설들이 수두룩하다. 강의실로 써야 할 교실은 창고로 쓰이고 있으며 학교 도서관은 부실공사로 인해 십 년 넘게 폐쇄된 채다. 제대로 개설되지 않은 수업도 많아 학생들은 수업 계획을 짜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의대생들은 학교 병원 내 의료시설이 부족해 다른 대학병원에서 수업을 받아야만 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학기당 4~500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꼬박꼬박 냈다. 이홍하의 비리에 철저히 이용당한 셈이다. 오랜 기간 동안 커다란 희생을 치러 온 학생들을 위해, 학교의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비리 재벌’이 철저히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좋지 않다. 우선 이홍하에 대한 구속 절차가 지지부진하다. 광주고등법원 측이 20일 보석 허가 방침을 취소했지만 이홍하 측이 다음날 이에 불복해 재항고했고, 22일에는 보석 여부에 대한 판결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며 구속 영장실질심사의 연기를 요청했다. 아직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8월, 서남대가 완전 폐쇄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근 연이은 부실대학 퇴출 분위기로 봤을 때 서남대가 폐쇄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의 미래는 더욱 깊은 미궁에 빠져 버린다.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방향은 학교가 정상화되는 것이지 학교를 없애 버리는 게 아니다. 서남대의 퇴출보다 더 시급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은 이홍하에 대한 철저한 처벌 조치이다. 엄중한 벌을 내려 이홍하가 더 이상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문제의 근원이 없어진다면 서남대의 정상화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서남대 지키기 대책위원회’ 등의 단체들이 서남대의 문제 해결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 그리고 학생들의 희망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원활한 문제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