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의 전공과 취업 간의 미스매치에 대한 설문 결과가 발표됐다. 2일 잡코리아에 따르면, 20~30대 구직자 34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문․어학계열 출신 70.3%가 자신의 전공분야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정․행정계열(63.8%), 사회과학계열(59.3%) 등 다른 인문사회 전공 대학생들도 전공이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의 여부를 부정적으로 봤다. 일반적으로 취업에 유리하다고 알려진 경상계열과 이공학계열의 경우에도 자신의 전공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비율이 절반을 겨우 넘기는 수준(각각 52.6%, 50.5%)에 그쳤다.

순수학문에 가까운 전공을 가진 대학생들의 취업 문제는 하루 이틀 지적되어 온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알면서도 해결하지 않고, 가만히 놔둠으로써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대학이 ‘취업의 전 단계’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과 취업의 무관성을 해결하는 것은 ‘목마른 자’들에게만 맡겨지고 있다. 취업을 해야 하는 개인이 복수전공을 하거나 다른 자격증을 별도로 쌓아서 스펙 관리를 하도록 하거나, 취업률이 낮은 학과들이 조금 더 실용적인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학과명을 바꾸도록 하는 ‘개별적인 해결책’이다. 아니,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발버둥'이다. 그러나 정해진 취업 가능 인원과 넘쳐나는 대졸자의 숫자를 고려했을 때, 이는 내부 경쟁만 격화시킬 뿐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대학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 공간인지 당위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다. 도대체 왜 대학에서의 학문이라는 것이 취업과의 관계를 고려해야만 하는 것인지, 이러한 논리가 통용되는 상황 자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대학은 단순히 취업을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이 아니라, 말 그대로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는 학문 공동체여야 한다. 대학이 사회를 위해 해야 할 것은 실용적인 돈 되는 기술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이지 않은 분야와 방법을 포함해 인간 사회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지식들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비실용학문을 하는 대학생들이 그 전공을 원하는 게 아니면, 과감하게 대학 정원을 줄이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원하지도 않는 공부를 고작 ‘졸업장’ 때문에 해야 한다는 것도 시간 낭비고 비합리적인 일이다. 대학이 취업에 도움을 주지 않는데, 취업만을 목표로 하는 경우에도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구조는 모순적이다. 취업 준비자들의 취업 준비, 기업이 원하는 인재 만들기는 대학이 아니라 별도의 취업 준비 기관에서 하면 될 일이다. 혹은 기업 자체의 인사 관리 시스템 안에 그 교육과정이 편입되어야 한다. 기업이 대학의 앞에 ‘갑’의 입장으로 서서, 대학이라는 공간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침식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적어도 대학이 지니는 근본 의미를 퇴색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