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경제정책 프레이즈를 내놨다.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 ‘지식경제’를 주창했다면, '창조경제‘는 ’ICT(정보통신기술)와 타 산업의 융합과 혁신으로 일자리와 신 성장 동력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유세 때 대구에서 처음 이 말을 썼고, “창조경제는 미래 경제를 이끌어갈 새 경제 발전 패러다임”이라며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막상 정책 집행의 최전선에 서있는 이들도 5대 국정목표의 첫 번째인 창조경제를 명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인사청문회에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창조경제가 “기술 추격형 경제를 선도형 경제로 바꾸는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30일 고위 당정 회의에서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은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으로......”까지 말했으나 추상적이라며 새누리당 인사들에게 발언을 제지당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과 정무위원장 등 창조경제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상임위원들마저 “나도 창조경제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를 볼 때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국정방향에 대한 공유가 청와대 안에서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다양한 의미 해석이 난무하는 창조경제 개념의 핵심을 ‘창의력(혁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어림잡더라도 모호함은 가시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지속적으로 창조적 성과를 낸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의심스럽다.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는 과연 국정기조로 삼을 만큼 국가적인 차원에서 꾸준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 대기업 독식 체제, 산업 간 불균형의 심화가 우리나라의 현 경제를 나타내는 지표들임을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 진정한 ‘혁신’을 ‘꾸준히’ 이룩할 수 있는 기업은 손에 꼽는다. 또한 제조업이 기반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과학기술과 관련된 산업에서만, 혹은 서비스산업에서만 미래 산업 동력을 발굴하려 하는 것은 산업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이른바 ‘창조’와 ‘혁신’은 기본적인 ‘생존’의 토대가 갖추어진 다음에 생각할 문제다. 이미 과열 경쟁구조에 내몰린 중소기업들은 살아남기 바쁘다. 취업전쟁에 뛰어든 20대는 창의력을 발산하기 전에 일자리부터 얻어야 한다. 안정적인 생계유지가 보장되어야 비로소 기술 융합이나 혁신을 위한 인적, 물적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애매모호한 국정과제를 적극적으로 재검토하여 구체화해야 한다. 경제가 불안정하다고 국정운영까지 혼란스러울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