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커그룹 '어나니머스(Anonymous)'가 지난 5일, 북한 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회원 명단을 공개했다.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우리민족끼리의 회원명단에는 남한인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명단이 공개된 후 언론에서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가입을 이적행위로 지칭하며 가입자를 처벌 해야 한다 주장하며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고작 명단 하나로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 마치 1950년 미국의 반공정치인 조지프 매카시(Joseph McCarthy)가 공산주의자 명단을 공개한 직후의 혼란과 흡사하다.

당시 미국은 소련과의 냉전으로 공산주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넘칠 때였다. 매카시가 명단을 공개한 후 미국은 이적행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명단의 사실 여부는 불확실했고 공산주의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명단은 사회의 막대한 혼란을 일으키며 무고한 사람들이 사회적 매장을 당했다. 지금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어나미머스가 공개한 명단은 그 진위부터가 불분명하다. 단지 명단으로 추측되는 리스트일 뿐이고 해당 인원들이 이적행위자라는 구체적인 물증제시도 없다. 게다가 '어나니머스 코리아'라는 주체도 불분명하다. 그런데도 우익언론들은 회원명단에 있는 이들을 반역자로 규정하며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제대로 된 검증절차도 없이 명단에 있는 이들을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
 
단지 하나의 명단으로 사회가 혼란에 휩싸였다. 우리 구성원 중에 누군가를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의심하게되었다. 레드 콤플렉스가 되살아나고 있다. 과거 미국은 언제 소련에 밀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반공주의가 유행했다. 조지프 매카시는 시류를 잘 탄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미국인도 공산주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기가 속한 사회와 체제에 대한 강한 신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해커의 폭로에 휘둘리는 것은 이미 북한에 정신적인 패배를 당한 것을 뜻한다. 조국에 대한 신뢰를 갖고 품위 있게 대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