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2년 주거실태조사 결과 렌트푸어 가구가 2년 전보다 48만 2천 가구 늘어난 238만 4천 가구로 나타났다. 렌트푸어는 집세가 소득의 30%를 넘어, 과도한 집세 부담에 시달리는 경우를 의미한다. 보고서는 집세 부담 증가에 큰 영향을 준 것이 소득 감소보다는 임차료 상승이었다고 분석했다. 전국의 중위 전세가격은 2010년 6천만원에서 2012년 9천500만원으로, 월세 주택의 집세는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2년 만에 크게 올랐다. 주택 매매 가격의 하락과 전월세 임차료의 급상승은 최근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주택가 추세다. 이러한 경향은 20대 1인 가구의 현재 임차료 부담을 과중시키고 있는 것은 물론, 20대들이 맞이할 미래의 주거 환경 전망도 어둡게 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의 부동산 가격 정책은 ‘시장에 전적으로 맡기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첫 부동산 안정 대책인 4.1 부동산 종합대책의 내용은 주택시장 활성화와 저소득층 주거 지원으로 요약된다. 공공분양주택 축소, 민간주택 공급조절 등 공급대책과 민간임대시장 활성화, 과도한 규제 정비 등 수요대책으로 구성된 주택시장 정상화 정책은 ‘정상화’라기 보다는 부동산을 보유한 상위 계층을 위한 주택거래 활성화 정책에 가깝다. 특히 양도소득세 감면,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 등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시부터 ‘부동산 시장’의 기대를 받아온 정책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거래를 활성화하여 억지로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는 식의 일종의 버블 유지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렌트푸어 지원 정책의 경우, 목돈 안드는 전세 제도 도입과 전세 자금 지원 등이 있는데 실현 가능성이나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 든다. 목돈 안드는 전세 제도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고, 세입자가 이자를 내는 식의 ‘변종 월세’ 제도다. 집주인에게 소득세 비과세, 소득 공제 등의 혜택을 줄 것이라고 하지만 집주인이 대출의 부담을 질 이유가 없다는 점이 선거 공약 때부터 지적돼왔다. 전세 자금 지원은 소득 수준 등이 고려되어 저소득층에 집중되는 것으로, 보편적인 렌트푸어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

매년 렌트푸어 가구수가 늘어가고 있고, 그 원인이 임차료 상승 때문이라는 현실이 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대책은 임차료의 조정을 위한 노력이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정책은 렌트푸어에 대한 선별적인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임차료의 수준 자체를 건드릴 의사는 없어 보인다. 공공분양주택의 축소, 양도소득세 감면 등 매매시장 활성화 정책은 임차료 수준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렌트푸어 문제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통해 적극적인 가격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