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문제가 깊은 수렁에 빠졌다. 북은 출입금지 조치에 이어 지난 8일 개성공단 근로자 전원을 일방적으로 철수시켰다. 조업중단이 장기화되면서 제일 먼저 입주기업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생산한 제품을 운송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납품에 차질이 생기면서 계약해지를 당한 기업도 여럿이라 한다. 입주기업의 줄도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개성공단 문제는 짧게 보면 재산권과 관련되어 있지만 멀리 보면 한반도 평화와 직결되어 있다. 경제적 상호의존을 높여나가는 길이야 말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나아가 국가적 동질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을 통해 남한의 경제적 이익과 북한의 경제적 이익이 서로 엮이게 된다면 이를 포기하지 않고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자연스럽게 남북사이에 상호공존의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현재 북한은 하루라도 빨리 개성공단 폐쇄조치라는 선택이 한반도 평화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길게는 북한 스스로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최악의 선택이라는 점을 하루 속히 인식해야 한다. 지난 수 년 간의 위기 속에서도 개성공단은 문제없이 가동되면서 정치적으로 위험한 순간에도 북에 투자한 외국인의 경제적 이익은 유지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폐쇄조치를 지속한다면 북한으로써는 대외신인도에 있어서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 것이고 외국자본의 투자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임이 분명하다. 세계경제체제에 합류하지 못한다면 번영 대신 몰락의 길 밖에 없으리라는 점은 지난 수 십 년의 경험에서 북한 스스로가 잘 이해했으리라 생각한다. 북한이 번영을 원한다면 어느 시점이 되든 경제개방은 필수적인 선택이 될 수밖에 없고 그 날이 왔을 때 지금의 개성공단을 둘러싼 북한 정권의 결정이 곧 판단근거로 작용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다행이도 개성공단 문제 해결의 의지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정부차원의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통일부 차원에서의 성명이 아니라 대통령이 이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 북핵 문제와 개성공단 문제를 분리해 개성공단 조업중단 사태의 장기화를 하루속히 끝낼 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박 대통령이 훗날 평화와 번영의 초석을 놓는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