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마광수 교수의 ‘교재 강매’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한 매체에서 마 교수가 자신의 강의에서 ‘교재 영수증을 레포트에 첨부하지 않으면 학점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세웠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강매’ 논란이 발생했다. 이후 마 교수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다. 강의를 듣는 600여명의 학생 중 50명 정도밖에 교재를 사지 않는 상황이 옳은 것은 아니지 않냐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비난의 화살은 마 교수보다도 ‘책 사는 데 돈 아까워하는’ 대학생들에게 오고 있는 상황이다.

마광수 교수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바다. 공부를 하겠다는 학생이 교재도 없이 수업에 들어가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다. 대리출석 등 온갖 꼼수를 써서 학점만 받아내려는 대학생들의 태도가 ‘이기적’인 것도 사실이다. ‘자유를 주면 자율이 생길 줄 알았는데 방종에 빠졌다’는 마 교수의 ‘착잡한 심정’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마 교수나 여론이 초점을 ‘요즘 대학생들이 예전과 달라서 영악해졌다’는 식으로 빠지는 것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연세대학교에서 마광수 교수의 수업은 ‘수업을 안 가도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마 교수가 개설하는 두 개의 강좌에만 6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배들로부터 마 교수의 강의는 출석을 하지 않아도 되고, 최종학점은 ‘운’에 의해 결정된다는 식의 ‘무용담’들이 전해 내려온다. 학생들이 ‘연극론’이나 ‘문학과 성’에 큰 관심이나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쉽게 학점을 받기 위해 마 교수의 강의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재를 구입할 생각이 없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생들이 교재를 구입하지 않는 것은 ‘요즘 애들이 공부를 안해서’나 ‘버릇이 없어서’ 보다도 사실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강의를 신청한 이유는 ‘쉽게 학점을 받기 위해서’인데, 매년 교재를 읽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받는 선배들의 사례가 축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재를 살 당위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집단적으로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것에는, 상대평가나 힘든 취업경쟁과 같은 시스템, 구조적 문제들이 내재되어 있다. 팀프로젝트나 과제들이 많은 소위 ‘빡센’ 과목 대신 ‘널널한 과목’을 찾아다니는 것은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시스템에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요즘 대학생’들이 나쁘다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마 교수의 ‘강압’을 비난하든, 대학생들의 ‘방종’을 비난하든 개인을 몰아붙이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