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소량의 불산이 누출되었다. 사고의 발원지가 삼성이라는 국내 굴지의 기업인데다가, 작년 9월의 구미 불산 누출 사고로 유해물질 누출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파장은 더욱 컸다. 사실 유해물질 누출 사고는 올해 이미 수차례 발생했다. 지난 131일 있었던 화성시 모 수지제조업체에서의 유해화학물질 유출, 지난 32일과 22LG실트론 구미2공장에서의 혼산(불산, 질산, 초산 등이 섞인 물질) 용액 및 유해 폐수 유출, 같은 날(22)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의 염소 누출 등 올해에만 벌써 5차례가 넘는다. 특히 LG실트론 구미2공장은 첫 사건이 발생한 지 20일 후 다시 유해 폐수 유출 사고를 저질렀다.

구미 불산 누출 사고의 피해는 엄청났다. 5명 사망 및 18명 부상 등 1차적 피해 외에도, 농작물 피해 135ha, 불산 누출로 인해 치료받은 인원 1,954, 산업단지 업체들이 입은 53억 원의 재산 피해 등 피해 규모가 매우 컸다. 사고 이후에도 불산이 오랫동안 공기 중에 남아 있어, 사고 현장 근처의 마을 사람들은 호흡기 질환, 눈병, 피부질환 등에 시달려야 했다. 가히 환경 재앙이라 할 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 들어 벌써 수차례 유해물질 누출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은, 여전히 공장의 안전 의식 및 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유해물질은 사람은 물론 생태계 전반에 광범위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해물질을 관리하는 기업의 부실한 대응 체계는 더욱 우려스럽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공장 전반에 퍼져 있는 안전불감증이다. ‘설마 사고가 일어나겠어하는 마음이다. 삼성전자에서 불산이 누출된 것은 직원들이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게 크다. 구미 불산누출 사고의 경우에도 불산을 옮기던 직원들이 안전장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가 일어나면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안전불감증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의식의 안일함이 실제 예방의 부실함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불산누출의 경우, 밸브의 노후화도 불산 누출을 유발한 한 원인이었다. 이처럼 낡은 시설을 버젓이 쓰는 공장이 곳곳에 있으니 돌발적 사고가 벌어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사고 후의 뒤처리 방식도 문제다. 유해물질이 누출된 기업들은 어떻게든 사고를 축소은폐하기 위해 당국에 신고하는 것을 늦춘다. 삼성전자는 실제 사고가 일어난 지 25시간 만에야 불산이 누출되었음을 신고했고, LG실트론 역시 사건 발생 6시간 후에야 소방당국에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불산이 누출된 지 열 시간 뒤에야 노후한 밸브를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밝혀져 사고 은폐 의혹을 강하게 풍겼다. 그렇다고 관계 부처들의 일처리가 빠른 것도 아니다. 구미 불산누출 사고의 피해가 커진 것은 환경부, 고용노동부, 지식경제부 등 부처 간에 책임을 떠넘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사고 일주일 후에야 합동조사단 파견을 결정했고, 관련 부처 관계자들은 사고 발생 8일 만에야 구미를 방문했다. 행정부처의 늑장 대응은 비단 구미 때만의 얘기는 아니다. 삼성전자 불산누출 때도 경기도와 환경부, 고용노동부 간에 제대로 연락이 되지 않아 사고 대응이 많이 늦어졌다.

구미 불산누출 사고라는 반면교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러한 고질병은 나아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의 엉터리 예방과 대응 방식으로만 일관한다면, 또 다른 재앙은 피할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기업은 철저한 예방 시스템과 안전의식을 갖추고, 관련 부처들도 서로 책임만 떠넘길 게 아니라 문제 예방 및 해결을 위해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