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 연체자들에 대한 국민행복기금 혜택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출범한 국민행복기금은 장기연체 또는 고금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채무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 사업으로서, 채무 원금 감면 및 상환기간 연장을 지원하는 채무조정과, 이자율을 줄여주는 전환대출을 그 내용으로 한다. 이중 채무조정 대상에는 대학 학자금 대출 연체자들도 포함된다.
 


지난달 25일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국민행복기금 주요내용 및 추진계획’에 따르면 한국장학재단 또는 그 밖의 금융회사로부터 학자금을 대출받은 학생들 중 2013년 3월 현재 7개월 이상 제때 돈을 갚지 못한 경우에는 국민행복기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혜대상이 되면 최대 50%(기초수급자의 경우 최대 70%)까지 대출 원금을 감면받을 수 있으며, 채무상환도 취업한 후로 늦출 수 있다. 현재 한국장학재단에서는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만 채무상환기간유예 및 전환대출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볼 때 파격적인 혜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막상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국민행복기금에서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매입할 수 있는 학자금 채권 범위가 제한적이다. 한국장학재단의 경우 모든 연체 채권을 국민행복기금에 넘기도록 구속받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행복기금의 채무조정프로그램 운영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금융회사 및 대부업체가 채무조정 협약에 가입하고, 그 뒤 해당 회사 및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린 개인들 중 제때 빚을 갚지 못한지 7개월이 지난 사람들이 국민행복기금에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을 접수한 국민행복기금에서는 해당 회사 및 대부업체로부터 채권을 직접 사들이게 되는데, 이때 해당 회사 및 대부업체들은 채무조정 협약으로 인해 채권 판매를 거부할 수 없다. 현재 국민행복기금과 협약을 맺은 금융회사 및 대부업체는 3,894개이다. 그런데 한국장학재단에서는 이와 같은 협약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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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국장학재단에서는 일반 금융회사와 달리 모든 연체 채권을 한국장학재단에 넘겨주게 되면 재정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어 그에 따라 현재 국민행복기금에서는 연체채권 중 상각채권 115억 원만을 매수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현재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 연체자 3만 7000명 중 고작 5.4%에 불과한 2000명만이 국민행복기금의 수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설사 이 2000명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국민행복기금을 혜택을 받기까지는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 연체자는 약 2주 뒤인 이번 달 22일부터 시작되는 국민행복기금 신청 가접수기간 때 신청 접수할 수 없으며, 7월 이후 국민행복기금에서 개별적으로 해당 학생들에게 연락을 하여 채무조정을 제안하고 그에 동의할 때 비로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반 채무조정 대상자들과는 달리 학생들은 일방적으로 혜택 여부를 확실히 알지 못한 채 7월까지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 이 형주 서민금융과장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도모하기 위해 국민행복기금을 사전 신청한 경우 사후 동의한 경우보다 채무 감면율을 높여줄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불가피하게 사후 동의의 방식만을 택해야 하는 학자금 연체 대출 학생들의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현재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 같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 관련 당국에서는 서로에서 책임을 떠넘기느라 급급한 모양새다. 국민행복기금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학자금 대출 관련 업무는 한국장학재단 소관이며 우리는 업무 대행만 하는 정도”라고 밝혔으며, 한국장학재단 측에서는 아직 국민행복기금과 협의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정부민원상담업무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지금 당장 관련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학자금 대출 연체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도와줄 생각이 있다고 발표한 것뿐”이라며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고 밝혔다.

학자금 대출 중인 대학생 김혜승(24)씨는 대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정부 발표와는 달리 실제로는 대학생들이 혜택을 누리기 어렵게 되어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민행복기금의 정책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 상각채권 : 대손상각채권이라고도 한다.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없거나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을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