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휴·폐업 철회 호소, 촛불집회로 확대
 
폐업 조치 논란에 휩싸인 진주의료원 사태에 분노한 여론이 공공의료를 지키려는 촛불로 번졌다.

진주의료원 지키기·공공의료강화 범국민대책위원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야당 측 국회의원, 진주의료원 직원, 그리고 시민들 500여 명은 16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진주의료원 휴·폐업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돈보다 생명이다.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자리에 함께한 연사들은 “진주 의료원 사태는 단순 지방사무가 아니라 공공의료 전체의 문제”라며 “공공의료 확대 공약을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은 모른 척 하지 말고 직접 나서라” 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새누리당 도의원 6명이 지난 12일 진주의료원 해산을 위해‘경남도 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오는 18일 경남도의회가 본회의를 열어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을 처리할 예정이어서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운동이 전국으로 확대된 것이다. 

지난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조치 논란에 대해 “경남도민의 뜻에 따르겠다”고만 말해 불개입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진주의료원의 폐업은 ‘공공의료 붕괴의 시발탄’

진주의료원 폐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은 "외국에선 공공의료가 보건의료 체계의 근간“이라며 “지방의료원이 든든해야 주민들이 과잉·과소 진료 없이 적정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지방의료원이 미운 오리새끼처럼 됐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진주의료원 휴·폐업 철회 촉구 촛불집회에서 야당 국회의원들이 16일 저녁 해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통합당 장하나, 진보정의당 정진후, 민주통합당 김용익, 통합진보당 김미희, 민주통합당 진성준, 남윤인순 의원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진주의료원 문제는 이 나라 보건의료정책, 공공의료정책의 핵심"이라며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업무개시를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직무이행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도 “이틀 후면 진주의 가난한 서민들의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이 폐업될 지도 모를 위기에 처했다”며 “만약 진주의료원이 폐업된다면 민간의료기관이 득세하는 한국의 의료체계상 가뜩이나 취약한 공공의료는 붕괴될 것이고 지방의료원은 도미노처럼 폐업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도 "진주의료원의 만성적자를 문제 삼는 홍준표 지사를 보고서도 국민의 뜻에 맡긴다고 가만히 있는 박근혜 대통령도 그 나물의 그 밥"이라며 "지금 국민이 복지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앞으로 5년은 복지가 후퇴하는 5년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공의료 문 닫는 날, 의료비 폭등·혼란 온다

진주의료원에서 온 강은주 간호사도 연단에 올랐다. 강 간호사는 "진주의료원은 104년 전통의 서부경남 최대 공공기관“이라며 “약봉지를 들고 박석용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 지부장이 경남도청 철탑에 올랐다. 여러분들이 우리 진주의료원과 공공의료를 함께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촉구 단식농성을 보건복지부 앞에서 7일째 하고 있는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공공 의료가 적정 진료와 표준 의료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우 실장은 “공공의료가 문을 닫게 되면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라며 “공공의료원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진료를 제공할 때 원가에 가깝게 적정 가격을 책정해 민간병원의 진료가격을 조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진주의료원 폐업 조치 논란을 두고 “겨남 도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우 실장은 “원칙적인 말만 하면 대통령 다 하는 겁니까. 정치하라고 뽑았지 왕 하라고 뽑은 게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의사를 밝히고 복지부장관이 업무개시 지시를 내리면 (폐업 철페)가능하다“면서 ”지방의료 활성화 공약에 반하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행동을 박 대통령이 아니면 누가 해결 하겠냐"며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가진 만큼 치료받는 것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 받을 수 있어야

오미예 ICOOP 소비자활동연합회 회장은 “답답했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오 회장은 “교육, 의료, 주택 문제와 같이 서민들이 힘들어 할 때 확충되어야 할 공공시설들이 줄어드는 것이 걱정스럽습니다”라며 “국민세금으로 큰 돈 들어간 의료원을 경남도 행정은 아무 협의없이 처리해버릴 수 있는 건지 납득이 안됐습니다. 상식적이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9일 한겨레에 “공공병원 환자의 목숨 값은 얼마입니까”라는 글을 기고한 서울시동부병원 이보라 내과의사도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연설했다.

이 의사는 “공공병원인 우리병원(서울시 동부병원)이 특이한 점은 응급실에 목욕실이 있고 무료공동간병인이 대기하고 있는 것” 이라며 “그냥 입원시킬 수 없는 환자들을 씻기고 입원시킬 수 있고, 보호자나 돈이 없는 분들을 무료로 돌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사는 이어“우리는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다”며 “환자가 됐을 때 누구나 병원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싶지 않을 것이며, 그래서 의료 공공성은 지켜지고 확대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아시민병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아플때 국가에게 의지할 수 있는 나라, 아파도 가족에게 미안해 하지 않는 나라" 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있다.

의료인과 비의료인들이 모여서 대안병원을 준비하는 모임인 ‘노아시민병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고유라 대표도 공공의료에 수익성을 따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고 대표는 “여러분은 당신을 상대로 (병원이) 흑자내길 바라십니까?”라며 “가진 만큼 치료받는 것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 받을 수 있는 나라, 아플 때 국가에게 의지할 수 있고 아파도 가족에게 미안하지 않는 나라”로 만들자고 말했다. 
 
가수 박성환의 힘찬 공연이 이어졌다. “진주를 반드시 지켜낸다는 함성“이라는 박성환의 말에 촛불집회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이 날 참여연대 노래패 '참좋다'와 진주의료원 조합원 율동패의 공연도 함께 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마무리발언으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는 단순 고용 투쟁이 아니라 공공병원을 지키는 것"이라며 "다시 또 광화문에서 만나는 일이 없도록 꼭 폐업 철회를 해 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