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서울시에 불만이 있을 때 어디로 가야하나 난감했다. 인터넷으로 국민신문고에 신고를 하려 하니 복잡한 칸들을 전부 채워야하고 자신의 개인정보까지 전부 채워넣어야 한다. 민원 하나 넣으면서 주민등록번호에 집 주소까지 쓰라니 참 불편한데다가 무슨 불이익을 받을까봐 무섭기도 하다. 이렇다보니 시민으로써 서울시의 행정에 참여 하려해도 쉽지 않다. 서울시에서 불편한 일이 생겨도 그냥 넘기기 일쑤다. 기존의 소통원인 민원제기, 1인 시위나 파업 등은 원활한 소통이 어려웠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소통의 서울시를 강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SNS: 불만이 있다고? 원순 씨에게 말해!


박원순 시장의 트위터는 현대판 신문고로 통한다. 박시장은 취임 초부터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취임식 때부터 트위터로 온라인 취임식을 홍보했다. 현재 팔로워만 68만 여명에 달하는 박원순 시장의 트위터는 취임 초에 비해 팔로워가 4배나 늘었다. 시정에 대해 건의사항이나 의문이 있으면 시민들은 언제든지 트위터로 박시장에게 트윗을 날린다. 시민들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도 박시장은 다른 트위터리안처럼 친절하게 대꾸해준다. 시에 관련된 사항이면 해당 부서에 전달하고 의정에 대한 비판이면 해명을, 사적인 대화는 맞트윗을 날리는 식이다.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행정수장과 직접대화가 가능하니 시민들의 반응은 항상 폭발적이다. 박시장의 트위터로 들어온 민원은 1만2112건으로 전체 서울시 SNS민원 중 87.6%를 해결했다. 단순 수치만 보아도 박시장의 SNS가 소통창구의 역할을 어느 정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여기 고쳐주세요!


다음 아고라에 접속하면 서울시 지도 한 장이 떠있다. 지도 곳곳에는 작은 표지가 올려져있다. 표지 아래에는 시민들의 민원이 쓰여 있다. “길 가에 가로등이 꺼져있는데 고쳐주세요!”

<서울시 도시시설물관리 커뮤니티 맵>은 서울시가 다음 아고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움푹 파인 도로, 잘못된 표지판 등 주변에 문제점을 발견하면 시민이 언제든 신고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서울시 도시시설물관리 커뮤니티 맵>에 들어가 간단한 현장 사진과 약간의 설명을 위치와 함께 쓰면 손쉽게 민원이 지도에 표시된다. 커뮤니티 맵 곳곳에 떠있는 ‘A’표시는 처리완료를 뜻한다. 처리가 끝나면 담당 공무원이 처리결과를 지도에 올린다. 보수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도 있었지만 대체로  빠르게 처리되었다. 처리가 끝나면 해당 상황을 사진으로 찍어서 커뮤니티 맵에 올린다. 표지판의 방향이 틀어져있으면 표지판을 원상복구하고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식이다. 민원이 단순히 불만제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경과가 어떠한지 사진과 함께 바로 올라오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한 시민이 길에 꺼진 가로등이 있다고 민원을 올리자 이튿날 수리된 가로등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밑에 ‘곰돌이’라는 네티즌이 댓글을 달았다. “시청에서 저리도 신경을 확실히 쓰시는 살기 좋은 설로(서울로) 이사 가고 싶네...”

소통은 좋으나 ‘원맨쇼’에 머물러

서울시의 소통창구는 이전에 비하면 많이 늘어났다. 박시장이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소통행정’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이다. 이제 시민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시장님과 직접 소통한다. 그러나 이런 소통이 지나치게 박원순 시장 개인에게만 집중되어있는 모양새다. 박시장의 팔다리인 다른 행정부처에서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활동이 없는 서울시 감사관 트위터 계정


박원순 시장이 소통행정의 일환으로 시작한 ‘소셜미디어센터’는 행정부처가 SNS에 적응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시의 각 국·실 단위로 SNS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은 ‘개점휴업’ 상태다. ‘서울시 복지정책과’ 트위터로 예를 들면 2013년 1월 1일부터 4월 14일까지 날린 트윗은 고작 21개다. 그마저도 대부분 일방적인 공지사항일 뿐 시민과 트윗을 주고받는 모습은 없었다. 전체 44개 SNS계정 중 활발히 활동하는 계정은 ‘서울역사박물관’, ‘상수도사업본부’ 등 몇 개에 불과했다. 서울시 ‘감사관’의 트위터는 팔로워가 고작 92명이다.

이에대해 서울시 뉴미디어 담당관은 “현재 비활성 페이스북, 트위터 계정 등을 정리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라고 밝혔지만 적극적인 향후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소통행정’은 아직 머나먼 일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