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7시, 신촌 이철헤어커커 앞에서 미용사들의 시급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 <Step by Staff, ‘스텝’을 위한 ‘걸음’>이 열렸다. 청년 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주최한 이번 집회는 알바연대를 비롯해 경제민주화2030연대, 토닥토닥협동조합, 전국 여성노조, 진보정의당, 민달팽이 유니온 등이 참여했다.



청년 유니온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유명 프랜차이즈 미용실 5개를 중심으로 전국의 미용실 스텝들의 근무환경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국의 미용실 100%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지난 2월 청년유니온은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또한 한지혜 위원장은 이철 헤어커커 대표를 임금체불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이후 청년유니온은 이철헤어커커와 교섭을 시도했지만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미용실 사장님, 떼인 돈 주세요!”

 

공덕에 위치한 이철 헤어커커에서 두 달동안 스탭으로 일한 조합원 김병철(21)씨의 이야기로 집회가 시작되었다.
 
“하루에 12시간씩 일하고 한달 월급 80만원을 받았습니다.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들더라고요. 최저임금도 주지 않으면서, 지각 조금만 지각해도 벌금으로 오히려 돈을 뺏어갔습니다.”

청년 유니온이 지난 2월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용실 스텝들의 평균 시급은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하는 2971원이었고, 주당 평균 근로시간 또한 64.9시간에 달했다.
 
근무 환경도 문제였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하지만, 마땅히 쉴 곳도 없다. 이런 환경에서 하지정맥류, 관절계 질환, 피부 질환, 가위에 베인 상흔 등 미용실의 산업재해 발생 비율은 상당히 높지만 질환 치료 또한 자비로 행해진다. 



미용실의 근무 실태에 이어 이철 헤어커커측과의 교섭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런 스탭들의 근로환경을 바로잡기 위해서 교섭을 시도했지만 이철 헤어커커는 반응이 없었습니다. 저희는 지금 ‘최저시급을 달라는’ 당연한 문구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철 헤어커커가 교섭에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철 헤어커커측의 반응은 집회현장에 인사팀장을 보내 사진을 찍어 돌아갔을 뿐이었다.

청년 유니온의 정책기획팀 김민수(23) 씨는 “저희는 이철 헤어커커과 법을 지키자는 좋은 의미였고, 이철 헤어커커를 시작으로 미용실의 근무 환경이 바뀌길 기대했는데, 협상이 결렬되어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집회는 ‘집회’답지 않았다. 클럽 팔찌(핸드링)도 등장했고,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공연이 이어졌다. 이철 헤어커커에 잠입한 위원장의 머리손질이 생중계 되어 집회에 모인 사람들의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런 점에 대해 정책 기획팀 김민수 씨는 “어느 집회를 가더라도 시민들이 참여와 공감대 이끌기 힘든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눈살은 찌푸리게 하지말자라는 의미로 이렇게 꾸며봤다”라고 말했다.

집회를 지켜본 대학생 김하영(20)씨는 “지나가다가 플래카드를 보고 왔다. 그동안 미용사들이면 화려하게 꾸민 모습만 보니, 수입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몰랐다. 본인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면, 이렇게 집회가 열리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청년 유니온 측은 “지금 고용노동부가 미용실 업체실태조사에 들어간 것이 문제에 한 발 다가갔다고 생각한다. 집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SNS와 인터넷을 통해 실태 고발과 노동 상담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말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말, 일선 고용지청에 지침을 내려 미용실 프랜차이즈 7곳의 전국 매장에서 4월부터 현장조사를 하고 있고, 한 달 정도 뒤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 특별근로감독으로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