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미용실 계산대에서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공식적으로 표시된 가격과 다른 금액을 계산대에서 듣고 깜짝 놀란 경험은 특히 펌이나 염색을 하는 경우 자주 발생하곤 한다.

미용실별로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강북과 강남에 평균적인 가격차이가 있긴 했으나 같은 지역에서도 염색가격은 5만원부터 15만원까지 매장별로 가격차이가 매우 크다. 상대적으로 기술이 필요 없는 염색에서도 이렇게 가격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용실 염색, 기장추가 가격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서울 시내 주요 미용실 밀집지역 3곳의 미용실 30여곳을 돌아다니며 염색과 기장추가 가격을 직접 조사했다. 

서울시내 미용실 밀집지역으로 유명한 (1)이대 앞 (2)홍대 (3)강남/청담동 각 지역에서 10곳 씩 총 30여개 미용실의 염색 가격과 기장 추가 비용을 물어봤다.


염색 가격 차이, 이유는 염모제?

가격차이의 공식적인 근거는 염모제다. "저희 살롱은 로레알 브랜드 제품을 직수입해서 쓰거든요. 다른 매장이랑 차원이 달라요." 이대 앞 E 헤어샵에서 가격에 대한 언급을 피하며 관계자가 한 말이다. 염모제의 퀄리티뿐만 아니라 색깔에 따라서도 미묘하게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기장 추가 값이 따로 있긴 해요. 자세한 건 선생님과 직접 상담해보시고 결정하셔야 될 것 같으세요. 지금 바로 예약 도와드릴까요?”

실제로 한 미용실 내에서도 국산 일반 염모제와 클리닉 기능이 들어있는 수입 염모제 제품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표 참조). 그런데 전화 문의 후 방문한 홍대 I 헤어샵 앞 서비스 가격표에는 국산 제품 가격만 나와 있었다. “굳이 염모제까지 따져서 가격을 적어놓진 않아요. 매장 들어오셔서 저희가 말씀드리면 그때 결정하셔도 되니까요.” 관계자의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대 근처 T 미용실 관계자에 따르면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이면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동네 빵집이랑 대형 빵집이랑 가격 다른 거랑 똑같아요. 브랜드 값어치 같은 게 있는 거죠. 염색약 단가요? 솔직히 다 거기서 거기죠.” 실제로, 가격이 비싼 이유를 물었을 때 대답을 회피한 홍대의 C헤어 살롱은 영국 유학 경험이 있는 디자이너가 이미지 스타일링도 해주는 고급 살롱이다. 브랜드화를 추구하기에 당연히 서비스 가격도 비싸다.

염색 비용이 10만 원 이상인 홍대 E 헤어샵의 경우 가격이 비싸다는 말에 대답을 얼버무렸다. L헤어살롱 역시 “정찰제로 나와 있는 가격이라 바꾸거나 깎을 수가 없어요.”라며, 대신에 기장 추가 비용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미용실을 자주 이용하는 이모씨(27)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미용실에서 어떤 브랜드의 염모제를 쓰는지 알 수 없는 거잖아요. 그저 가격이 제시되는 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데 좀 억울하네요.”라고 말했다.

디자이너별로 염색 가격이 다르다는 것이 의문이라는 고객도 있었다. 대학생 유찬미(24) 씨는 염색은 웬만하면 동네 미용실에서 한다고 말했다. “커트나 펌은 유명하거나 경력 좋은 사람의 손길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염색은 어시스턴트도 하잖아요? 염색약 바르는 게 디자이너별로 뭐가 다르기에 그렇게 비싸게 받나 싶어요.”


별도의 기장 추가 비용, 기준은?

문제가 되는 것은 염색 가격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염색 가격을 알아보던 중 박혜원(23, 가명) 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어깨선 밑으로 8cm 정도 내려오는 길이라고 했더니 아마 2만 원 정도 더 들 거라고 하더라고요. 좀 제멋대로인 것 같아서 그보다 더 길면 더 받느냐고 물었더니 “왜요? 그러면 더 기르고 오시게요?”하면서 빈정대는 거 있죠.” 원래는 더 길면 돈을 더 받는데, 지금 바로 예약하면 안 받겠다며 즉석에서 예약을 도와주겠다고 말했다는 관계자에 대해 박씨는 ‘어이가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기본 염색 비용에 더해, 긴 머리의 여성 고객들은 기장 추가 비용을 따로 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추가비용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의견이 많다. 기장 추가 문의를 했을 때 관계자들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고객님의 목 길이나 머리숱에 따라 염모제가 쓰이는 양이 달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직접 보고 말씀드려야 한다는 거죠.”

기장 추가 비용이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으로 천차만별이라는 점이 문제다. 대부분의 미용실에서 “와보시고 결정”을 제안한다거나 “(디자이너) 선생님과 상담”을 해보라고 하는 이유는 매장마다 명확한 이유 없이 자의적으로 가격을 정하기 때문이다. 홍대 J 헤어샵 관계자는 기장 추가 기준이 없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다.

기장 추가 때문에 당혹스러운 경험을 한 고객을 발견하기도 어렵지 않다. 평소 염색 비용이 비싸다고 생각해서 쿠팡의 할인 쿠폰을 구매한 최 모 씨(21)는 계산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귀 밑 3cm 정도의 단발이었는데, 기장 추가 값을 내라는 거예요. ‘어깨선 1만원 추가’ 표시를 보고 제 머리 어깨에 안 닿는데요? 라고 하니까 미용사가 이렇게 말하는 거 있죠. 귀 바로 밑부터 어깨선까지가 1만원 추가라고.” 귀 밑으로 내려오기만 해도 추가 비용을 달라는 거였다. 결국 4만원 쿠폰에 추가로 2-3만원을 더 지불했다는 최씨는, 추가라는 개념은 대체 왜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고 말했다.


유명무실한 옥외 가격표시제

서울시에서도 이러한 고객들의 불만을 접수받았는지 지난 1월 31일부터 66m²(약 20평) 이상인 미용업소 외부에 가격 표시물을 붙여 놓도록 하는 ‘옥외가격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의 눈에 가장 잘 뜨이는 주 출입구 인근에 부착을 의무화하게 해 가격을 단속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지키는 미용실은 많지 않다.

옥외 가격표가 없는 미용실이 과반인 데다, 가격표에는 뿌리 염색 가격을 써놓고 매장 안에 들어가선 전체 염색 가격을 부르는 곳도 있다. 조사한 30개의 미용실 중 25곳에서 염색 시 커트 비용은 별도로 받고 있었지만 전화 문의 시 먼저 물어보지 않으면 커트비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옥외 가격표에 쓰여 있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가격표시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미용실의 염색 가격은 여전히 제멋대로 매겨지고 있다. 기분 전환 겸 하려던 염색이, 계산서에 표기된 가격을 본 뒤엔 어떤 기분으로 전환될지 모를 일이다. 수많은 염색 고객들은 조금이라도 싼 미용실을 찾느라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