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시간, 한밭대의 학생식당은 한산했다. 학기 중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식당은 마치 방학인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자리를 잡고, 여느 학생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백반과 돈가스를 주문했다. 백반은 2500원, 돈가스는 3000원. 가격에 비해 반찬 수도 많고 돈가스도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맛을 보니 한밭대의 학생식당이 다른 학교에 비해 붐비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밭대 경제학과 김하나 씨(23)는 “학생들이 대부분 학교 밖에 있는 음식점에서 밥을 사먹어요. 학생식당이 싸다고 해도 차라리 돈 더 주고 맛있는 밥 먹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한밭대 주변에는 음식점이 많지 않다. 그나마 있는 음식점도 학생식당의 2~3배 가격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생식당으로 발걸음 하지 않는다. 비싸더라도 맛이 더 나은 음식을 먹거나, 대전에서 통학을 하는 학생들은 집에 가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시간표를 짜기도 한다.

대학생들은 부족한 용돈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한밭대 중문과 최 씨(23)는 “돈 쓸 일이 많은데 매 끼 식사마저 저렴한 학생식당을 놔두고 밖에서 사 먹어야 한다니 씁쓸해요.”라고 했다. 학생들은 저렴한 학생식당을 원하지만, 그렇다고 맛까지 저렴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맛없는 학생식당의 예는 한밭대뿐만이 아니다. 건양대(반야캠퍼스) 경찰행정학과 노해진 씨(22)는 “저는 일학년 때 이후로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이 없어요. 학식 먹는 사람들은 학교 주위에 식당도 별로 없고, 돈 없고 시간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먹어요.”라고 했다. 이 외에도 목원대, 충북대, 혜천대 학생들이 학생식당이 맛있어서 가기보다는 싼 맛에 간다고 대답했다.

값이 싸기 때문에 맛은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한국외대 인문과학관 학생식당은 이미 싸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을 설립해 저렴하고도 질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학교들도 있다. 충남대의 3학생회관 식당은 생협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카페테리아식으로 되어있는 3학생회관 식당에서는 먹고 싶은 반찬을 충분히 쟁반에 담아도 3000원 대의 가격이 나온다. 좋아하는 음식만 골라먹을 수 있으면서도 비싸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불만 없이 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카이스트는 ‘식당모니터링위원회’를 두어 식당 신메뉴를 평가하는 등 좋은 식단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5천원 이내의 가격에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푸드 코트로 식당을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가격은 생협이나 직영으로 운영하는 식당보다는 좀 더 비싸지만, 중식, 양식, 한식, 분식 등 원하는 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충남대 1학생회관은 점심, 저녁시간마다 학생들로 꽉 차 있다. 평균 3500원의 가격에 맛과 양 모두 무난하다. 충남대 독문과 진호종 씨(25)는 “푸트코트가 새로 들어오기 전에는 1학에서 밥 먹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어요. 지금은 점심시간마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전쟁이에요.”라고 했다. 대전대의 학생식당은 50가지의 다양한 메뉴와, 다른 학교의 식당과는 달리 카페 같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각 대학교마다 학생식당의 가격, 맛, 양은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음식에 대한 학생들의 객관적인 평가는 보편적이다. 학생들은 어떤 음식이 가격대비 질 좋은 음식인지 가려낼 수 있다. 대학은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다고 해서 안일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식사가 대학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만큼 대학에서도 학생식당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음식을 제공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