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에 과폐지라니”, “인문대 폐지? 전문대 하려고?”, “배재대에서 배제 당했네”

ⓒ 고함20


5월 2일 오후 5시경, 배재대학교 21세기관 앞에 등장한 피켓의 문구들이다. 학교 측의 학과 폐지 방침에 독일어문화학과와 프랑스어문화학과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1시간여 동안 피켓을 들며 배재대 학생들에게 독일어문화학과와 프랑스어문화학과의 폐지 방침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고, 서명 운동도 함께 진행했다. 다른 학과 학생들에게도 적극적인 관심을 요구했다. 2011년에도 칠예과가 학교 측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폐과됐고 지금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에도 같은 과정이 반복된다면 앞으로도 여러 학과가 비슷한 방식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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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대학교의 학과 폐지 및 구조조정 방침은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4월 30일, 배재대학교가 학과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국어국문학과, 독일어문화학과, 프랑스어문화학과 등을 사실상 폐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해당 학과 학생들도 자신이 다니는 학과가 폐지된다는 소식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접할 수 있었다. 배재대 프랑스어문화학과 유선진 학회장은 “학과 구조조정 방침에 대해 아예 모르는 학생들이 많고, 때로는 루머라 여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선진 학회장은 “학생들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과 폐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SMART 배재라는 학교의 슬로건 중 ‘T’는 Together의 약자로 소통과 참여로 상생하는 대학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번 학과 폐지와 관련해서 학생들은 완전히 배제되었다”며 학교 측을 비판했다. 이어서 “취업률 때문에 학과를 폐지한다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취업 양성은 전문대의 몫이고 4년제 대학은 학문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프랑스어문화학과는 학교 설립 때부터 존재했던 전통 학과인데 하루아침에 폐지해버렸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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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대 프랑스어문화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폐과되는 학과의 재학생들에 대한 방침이 전혀 없다”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새로 생긴다는 학과 이름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교수도 아직 없는 상태”라며 준비도 없이 갑자기 이루어지는 학과 구조조정을 비판했다.

학과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철거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자보 철거 소식을 알린 배재대학교 신문사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댓글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릴 때는 학교 홍보에 도움이 되는 것을 올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학내 문제는 학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반면 다른 이용자는 “배재 신문사는 배재대학교의 언론을 대표하는 곳이지 홍보를 위한 곳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배재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김동현 사무부장은 “대자보를 10장 넘게 붙였고 일부러 떼기 어려운 곳에도 붙여 놓았는데, 다음날 보니 모든 대자보가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대자보가 철거되는 일이 다시 발생하더라도 계속해서 대자보를 써 붙일 것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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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문화학과와 프랑스어문화학과 학생들이 피켓을 든 다음 날인 5월 3일, 배재대학교는 학사 공지를 통해 학과 구조조정 방침이 담긴 학칙 개정(안)을 공지했다. 학칙 개정안에 따르면, 개정 사유는 2014학년도 입학정원 감원이다. 2014학년도 입학정원은 2278명으로, 2013학년도 입학정원 2320명보다 42명이 줄어들었다. 학칙 개정에 따라 기존의 5개 단과대학, 56전공에서 5개 단과대학, 53전공으로 조정됐다. 개정(안)에 의견이 있는 단체 혹은 개인은 5월 7일 12시까지 서면의견서를 제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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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피켓을 들었던 독일어문화학과와 프랑스어문화학과는 다른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독일어문화학과는 항공운항과로 학과가 전환되고, 프랑스어문화학과는 폐과된다. 이외에도 여러 학과의 명칭 조정이 이루어진다. 국어국문학과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는 한국어문학과로 통합된다. 심리철학과는 심리철학상담학과로, 정치언론학과는 정치언론안보학과로, 공공행정학과는 정책학과로, 법학부는 공무원법학과로, 분자과학부는 제약공학과로 학과 명칭이 변경된다. 취업에 좀 더 중점을 두기 위한 학과 명칭 조정으로 보인다. 사이버보안학과가 새로 신설되기도 한다.

배재대학교 기획처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난해에 교육과학기술부 평가에서 부실대학(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된 일이 영향을 미쳤다.”며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학과 구조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배재대학교 입학처가 올해 초 배재대학교 커뮤니티에 작성한 글에 따르면, 배재대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 평가 8개 지표 중 7개 지표에 대해서는 기준치를 충족하였으나 취업률 지표가 기준치(51%)에 미충족되어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다. 또한 기획처 관계자는 “프랑스어문화학과의 폐과가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항공운항과 및 사이버보안학과 신설 준비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고 준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