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태극전사’ 2명이 K리그의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지난 4월 19일 토요일 K리그 클래식 8라운드에서 두 명의 스타가 팬들에게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영광을 만들었던 이천수 선수와 차두리 선수다. 이천수는 올해 인천 유나이트와 계약을 통해 K리그에 복귀했다. 이천수 선수는 전북전에서 역전골을 도우며 공격 포인트를 추가했다. 같은 날 차두리 FC 서울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했다. 그리고 그는 대구전에서 몰리나에게 깔끔한 크로스를 통해 마찬가지로 시즌 첫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 Q.P.R 공식 트위터 계정


이천수 선수와 차두리 선수만이 아니다. K리그 클래식에는 지금 2002년의 스타들이 즐비하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이 그라운드인지 아니면 벤치인지의 차이가 있는 정도다. 2002년 월드컵에서 뛴 ‘23인의 태극전사’ 중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는 12명이다. 그중 K리그가 아닌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EPL의 Q.P.R 소속 박지성 선수와 MLS의 벤쿠버 화이트캡스 FC에서 뛰고 있는 이영표 선수가 유일하다.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고 아직도 해외에서 뛰고 있는 두 선수에 대한 축구팬들과 관련 종사자들의 바람은 간결하게 요약된다. 두 선수의 선수생활 마지막을 K리그에서 마치는 것이다. 이는 지난 4월 10일 방영된 ‘이광용의 옐로카드2’에서 박찬하 해설위원의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해당 방송에서 박찬하 해설위원은 박지성 선수가 K리그에서 뛰었으면 하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는 박지성이 K리그로 온다면 축구팬들, 언론매체 등에서 관심을 가질 것이고 이는 곧 K리그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였던 중계문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 둘째는 해외로 진출한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는 것이다. 

‘좋은 본보기’에 대해 박 위원은 부가적인 설명을 덧붙인다. “K리그에서 아쉬웠던 것은 최근에 해외로 나간 스타들이 마지막을 한국 땅에서 마무리 짓는 선수가 최근에는 적다는 것이에요.”, “이런 선수들이 ‘K리그를 사랑해주세요. 관심을 가지고 경기장에 많이 찾아 와주세요’ 혹은 k리그에 쓴소리를 할 때 설득력이 떨어지는 거죠. 어떤 것들을 고쳐야 된다고 말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K리그에 없거든요”

박 위원의 말처럼 좋은 파급력과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 그들은 돌아와야 할까. 먼저 사실관계를 확인해보자. 박 위원이 생각하는 ‘최근’의 기준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박지성 선수와 이영표 선수를 비롯해 한국 선수들의 해외진출의 교두보가 되었던 것이 2002년 월드컵임을 생각할 때, 당시 2002 월드컵 대표팀 선수단의 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02년 월드컵 선수단의 구단 이적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다.

위키디피아를 바탕으로 제작한 2002년 한․일 월드컵 선수단의 이적 과정ⓒ고함20



ⓒ고함20


위의 표를 볼 때, 현재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박지성 선수와 이영표 선수를 제외하고, 해외리그로 진출했던 모든 선수는 다시 K리그로 돌아왔다.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해외리그에서 보낸 선수들(최성용, 윤정환, 홍명보, 송종국)도 K리그를 복귀한 뒤 다시 해외로 진출한 경우다. 위의 선수들 이외에도 EPL에 진출했던 이동국 선수, 김두현 선수 등도 K리그로 복귀해서 뛰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해외에 진출했던 스타들 대부분은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K리그에서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박지성 선수와 이영표 선수에게 ‘좋은 본보기’라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떠넘길 필요는 전혀 없다.

그렇다면 남은 논리는 K리그에 대한 그들의 ‘파급력’에 대한 것이다. K리그의 성장을 위해서 그들은 돌아와야 하고, 단지 비시즌에 와서 응원 발언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박 위원의 말처럼, 박지성은 전무후무한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다. 그런 아이콘이 K리그에서 뛴다면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몰고 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팬들의 희망사항이다. 그 희망사항을 박지성 선수에게 강요할 수 없고, 제시하는 희망사항을 따르지 않았다고 선수를 손가락질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또 팬과 언론의 관심, 중계권 문제와 같은 K리그의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박지성 선수의 귀국으로 일망타진하려는 것도 적절하지 못하다. 박지성 선수의 귀환이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언정, 그것은 결국 일시적인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K리그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K리그 내부에서 본질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각과 자성이 필요한 것이지 박지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박지성 선수와 이영표 선수를 비롯해 해외로 나간 스타들이 다시 ‘안방’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은 팬들의 욕망이다. 본인들의 욕망을 남에게 강요할 수도 없고, 욕망에 부합하지 않는 상대를 비판할 수도 없다. 해외로 진출한 선수들이 K리그에 복귀했을 때에 기대되는 긍정적인 영향들만을 고려하면서 복귀를 종용하는 것은, 선수들을 K리그의 소유물로 생각하면서 주판이나 튕기며 계산하려는 이기적인 태도다. 해외로 나가는 것도, 해외에 나간 선수들이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어디서 어떻게 매듭짓는 것도 모두 선수 각자의 선택 몫이다. 진정 한국 축구 선수들의 팬이자 K리그의 팬이라면, 선수를 '한국축구' 또는 'K리그'의 소유물로 여기는 태도를 버리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