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너무 어려운 세상이라고들 한다. 생산, 단순노동 직군을 아우르는 중소기업은 전례없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대학생들은 가고 싶은 곳에 취업하기가 힘들다며 울상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과거에는 주로 어머니들의 영역으로 생각했던 보험영업, 카드영업, 생필품 영업 등이 최근에는 대학생들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대학생들이 영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영업실적을 잘 쌓으면 어렵게 공채로 취업을 해서 받는 급여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그 이상도 벌어 들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양날의 이면인 장단점이 존재한다. 영업직군에서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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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인사, 재무, 회계, 경영지원 직군 등을 ‘머리’라고 비유한다면, 영업직군은 회사에서의 ‘발’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발이 없으면 회사는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내기가 어렵다. 그만큼 영업직은 고되지만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사람만나는 일을 좋아하고 말주변이 있으면, 한번쯤 해볼만하다고 뭇사람들은 말하기도 한다. 열심히 한다는 전제하에, 본인의 성과에 따라 급여를 천차만별로 받아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정해진 기본급이 있는 안정적으로 보이는 영업직군도 상당수 존재한다. 기본급에 성과에 따라 급여를 더해주는 혼합형 급여시스템을 갖춘 기업도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보험, 카드, 생필품 영업직군은 기본급여가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정규직이 아니며 4대 보험이 보장되지 않는 위촉계약직으로서 활동하게 되어 매달 일정수준 이상의 실적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를 해야하는 것이다. 실적이 없는 때에는 급여가 하나도 발생하지 않을 때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성공적인 정착을 명목으로 지급되는 초기정착금을 환수하는 일까지 있다.

대학생들이 앞서 언급한 이런 종류의 영업에 뛰어들어 영업왕이 되는 등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기에 몇 가지 사례를 통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먼저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살펴본 것은 지난해 신용카드회사에 입사한 김모씨는“지인들을 동원해서까지 카드 가입실적을 채웠지만, 소득은 매달 점점 줄었고 정해진 실적을 못 채운 달에는 수입이 아예 없었다. 특수고용직 신분이라 4대 보험까지 적용받지 못해 서러웠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유경험자를 찾을 수 있었다. 정모씨는“말주변도 좋고 영업하면 잘할 것 같은데 보험영업 교육을 받아보는게 어떻겠냐?”는 지인의 권유에 보험영업 자체가 생소했던 터라 무엇인지나 경험해보자는 심산으로 교육을 받았다. 막상 가서 제대로 알아보니 활동하게 되더라도 기본급이 없었고, 실적 수수료가 없을 경우 급여도 없었다. 그럼에도 교육장에서는 성공사례를 거듭 제시하며 누구나 할 수 있는 비전인것 처럼 말하는게 싫었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느낌이 들어서 교육을 마치고 나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비슷한 경우로 생필품을 영업하는 최모씨의 의견 속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취업이 너무 어렵다보니깐, 회사 다니는 것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도 있다길래 일단 교육을 받고 활동을 시작했죠. 처음 2달 정도는 지인들 상대로 영업하는게 잘되서 수당도 꽤 받고 그랬는데 금방 인맥의 밑천이 드러나 더라구요. 대학생들이 하기에는 아직 버겁다는게 제 생각이에요. 활동해온 이 시간동안 차라리 공채나 준비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요.”라고 말했다.

위 세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20대의 청년들이며, 젊은 패기로 영업직에 도전했다가 현실에 상처받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해야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청춘은 너무도 냉혹한 세상의 사탕발림에 상처받을 일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물론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이고 상처받아 눈물 흘리는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다른 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인 위촉계약 영업직군에 소중한 청년시절 중대한 고민 없이 쉬워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입사하게 되면, 그것이 고스란히 기회비용으로 전가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볼 일이다.

영업직에 대한 옳고 그르다 식의 이분법적인 논리가 아닌, 대학생들이 취업난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취업하기 쉬워 보이는 곳으로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 이에 따라 우려되는 점을 보다 현실적으로 고려해보자는 것이다.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의 말이 떠오른다. 자신은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앞서 항상 세가지를 진지하게 고려한다고 한다. ‘첫째는, 내가 이일을 좋아하는가? 둘째는, 내가 이일을 잘할 수 있는가? 셋째는, 내가 이일을 오래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전에 쉬워보이는 길만 찾기 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자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는데에 보다 더 힘을 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