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정은씨(21세)씨는 교수님의 눈을 피해 김밥이나 빵,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칼로리 바를 먹는다. 여기서 관건은 다른 학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조용하게 씹는 것이다. 수업 들으면서 필기도 해야 하고, 주변 신경을 쓰며 밥까지 먹으려니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 건지 코로 들어가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점심시간인 12시 수업을 듣는 대한민국 학생의 경우라면 대부분이 유사하다.

대한민국 대학생은 자의든 타의든 밥을 굶고 있다. 다이어트라는 이유로 자발적으로 밥을 굶는 학생을 제외하고도 많은 학생들이 밥을 먹지 못하고 있다.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당장 옆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너 밥 먹었어?”라고 물어보자. 그중 절반 정도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자취생은 밥 한번 먹기에 감수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요리도 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들고 귀찮다. 그래서 차라리 밥을 먹기 보다는 부족한 잠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자취를 시작한지 3년째인 대학생 차보연(가명, 25세)씨는 “밥 한번 먹기 위해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요. 그리고 이상하게 늘 학교 가는 시간이 촉박해서 밥을 못 먹는 경우가 허다해요. 잠자고 일어나서 씻고 바로 학교 가기에도 너무 바빠요.”라고 말했다. 과제가 많아서 잠이 부족한 자취생에게 요리를 해서 밥을 먹어야하는 과정은 부담스럽다. 그래서 밥을 먹는다고 하여도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과 빵을 사서 한 끼를 때우는 형국이다. 제대로 된 식탁은 기대할 수 조차 없다.

통학생은 통학 시간에 따라 밥을 먹을 수 있을지가 정해진다. 특히, 학교와 집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밥을 먹기가 어려워진다. 예컨대, 통학 시간이 1시간 30분이라면 12시 수업을 듣기 위해 집에서 10시 30분에는 나와야 한다. 때문에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밥을 먹는다고 하여도 점심을 먹기에는 이르다. 그렇다고 밥을 먹지 않고 수업을 들어가면 수업시간에 배가 고프다. 대학생 김현정(가명, 22세)씨는 “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 40분이 걸리는데 점심을 먹기에는 시간이 너무 애매해요. 그래서 아침을 엄청 배불리 먹고 점심을 굶는 편인데 처음엔 힘들었지만 이젠 적응이 돼서 수업시간에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수업시간표를 짤 때 점심시간을 고려해서 짜면 밥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생의 현실적 여건은 그것도 여의치 않다. 대학교에서 전공 필수 과목처럼 꼭 수강해야 하는 과목이 있다. 이런 과목을 고려해서 시간표를 짜다보면 자연스럽게 연강이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되면 밥을 먹을 시간도 없이 수업을 내내 들어야 한다.

대학생 강민수(21세)씨는 “저도 수업시간표를 짤 때 점심시간을 비워놓고 짜고 싶어요. 그렇지 않은 대학생이 어디에 있겠어요? 그런데 들어야 하는 강의나 듣고 싶은 강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비워놓고 강의 시간표를 짜는건 하늘의 별따기에요.”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에게 점심시간을 비워놓고 시간표를 짜라는 것은 대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할 때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자신의 밥 먹는 시간을 챙기기 위해 들어야 하는 혹은 듣고 싶은 수업을 포기하는 학생보다 자신이 듣고자 하는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밥 먹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고함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대학생들의 생활을 살펴보면 하루에 3끼를 모두 챙겨먹는 학생은 드물다. 아침 수업은 아침에 헐레벌떡 수업에 들어가거나 시간이 없어서 밥을 먹지 못한다. 점심 수업은 통학 시간이 길거나, 연강인 경우에 밥을 거른다. 저녁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통계청의 ‘2012 양곡소비량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초반(20~24세)은 월 3.7끼를 걸렀다. 10대나 4*50대와 비교해서 이는 높은 수치이다. 조사에서의 결식은 끼니는 물론 어떤 음식도 섭취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우유 한 컵이나 과일 한 쪽만 먹어도 식사로 집계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학생이 굶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통계청


자취생 차씨는 오늘도 엄마에게 거짓말을 한다. 엄마와의 전화통화에서 엄마는 통화 끝에 항상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니?”라고 묻는다. 그러면 차씨는 배고픈 배를 참으며 “당연하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밥은 꼭 챙겨 먹고 다니니까 걱정 마세요.”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 차씨의 말처럼 우리가 공부를 하고, 과제를 하는 모든 활동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다. 고등학생 때는 공부는 많이 했어도 배는 고프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와서는 공부는 공부 되로 하지만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대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도 배고픈 대학생들이 캠퍼스를 거닐고 수업을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