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학축제 X파일, 이고함 PD입니다. 어느덧 5월 중순이 되었습니다. 5월 중순, 캠퍼스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이는데요, 그렇습니다. 대동제, 즉 대학교 축제가 열리는 시기죠. 오늘의 주제는 바로 대학교 축제입니다. 대학교가 다양한 만큼 축제 역시 천태만상인데요, 우리가 대학교 축제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게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학생들이 하루 동안 술집을 운영하는 ‘주점’이 있고요, 대학생들이 기획하는 여러 가지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도 구미를 당깁니다. 초대가수들도 빼놓을 수 없죠. 물론 대학교 축제의 가장 큰 의미는 역시 학생들이 다함께 모인다는 것입니다. 대동제라는 이름처럼, 평소에 흩어져 있던 이들이 한데 모여 축제를 마음껏 즐기자는 겁니다. 

저희 축제 x파일 앞으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일부 대학교 축제들에서 뭔가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는 겁니다. 대학교 축제에 무슨 이상한 점이 있다는 걸까요? 궁금해지는데요, 제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캠퍼스 내에 기업 홍보부스가? 무료로 물건 나눠드립니다! 

ⓒ한국대학신문


서울 소재 모 대학 캠퍼스. 기업 이름이 커다랗게 쓰인 트럭이 서 있습니다. 트럭 앞에서는 모델 두 명이 마이크를 들고 끊임없이 학생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무료 사은품을 나눠준다는 건데요. 트럭 앞에서부터 줄이 매우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요즘 축제 기간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죠. 스폰서로 축제를 후원하는 기업의 홍보입니다. 나눠주는 사은품은 회사가 무슨 회사인지에 따라 다른데요, 화장품 샘플도 있고, 할인권이나 응모권도 있고, 볼펜 같은 학용품도 있습니다. 전자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하네요. 이렇게 다채로운 사은품들, 학생들에게 참으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이 사은품들, 제가 한 번 받아보겠습니다.


오래 기다리긴 했지만 사은품, 참 좋은데요. 이러한 기업의 캠퍼스 홍보는 축제 자금이 필요한 총학생회와 전방위적인 홍보가 필요한 기업,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과도한 기업의 스폰서 초대는 자칫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꾸려 나가는 게 핵심인 축제의 본래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습니다. 단순히 무언가를 받는 게 아니라, 무언가 새로운 것을 생산하고 창조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 있습니다.

-캠퍼스 내 주점을 금지해? 알코올 없는 축제
 

ⓒ한국일보


대학교 축제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 바로 술입니다. 이 술, 사실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하지만 이제 술을 마실 수 없는 대학교 축제가 늘고 있습니다. 바로 일부 대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클린캠퍼스’ 때문입니다. 클린캠퍼스란 캠퍼스 내에 술과 담배를 금지함으로써 술과 담배 없는 캠퍼스를 만들려는 시도인데요, 지독한 술냄새와 매캐한 담배연기 없는 캠퍼스, 언뜻 보면 참 좋아 보입니다. 실제로 최근 클린캠퍼스를 시행하려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기도 하죠. 학교들은 건전한 음주 문화와 캠퍼스 내 면학 분위기 조성을 가장 큰 이유로 내세웁니다. 축제에서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축제 기간 중에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있고, 과도한 음주로 인한 폐해도 만만치 않기에 이를 규제하자는 겁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가천대, 한림대 등이 이미 이를 시행하고 있고, 단국대와 부산외대도 이를 시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위 ‘금주령’을 내리는 데에는 많은 논란이 따르고 있습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와 같이 총학생회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 학생들과 합의 끝에 ‘술 없는 축제’를 하는 학교도 있지만, 한국외대와 같이 학생들의 의견 수렴은 전혀 없이 일방적으로 주점을 금지한 학교도 있습니다. 특히 ‘클린캠퍼스’를 실시하거나 실시하려는 학교 상당수가 학생들과의 의견 수렴을 통해서보다는 학교의 독단적 결정에 의해서 이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올해 클린캠퍼스를 시도했던 서울시립대는 학생총회에서 안이 부결되면서 예년처럼 주점을 계속 열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 외에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등 주요 대학들도 여전히 주점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교내 금주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학생들이 주인인 축제가 외부에 의해 억눌려서는 안 된다”, “적당한 수준의 알코올은 분위기 상승에 도움이 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성인이 된 대학생들에게 학교가 술을 마시지 말라 규제 하는 것은 일종의 월권행위로 보입니다. 술로 인해 사고가 날 수 있고 면학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고 하면 무작정 술을 금지하는 것보단, 학생들이 적당히 술을 마실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욱 현명한 처사로 여겨집니다. 그런 점에서 축제 기간 내 학생 서포터스를 구성해 교내 순찰을 돌도록 하는 건국대와 건전한 음주 서약서를 각 학과로부터 받은 서울시립대는 주목할 만합니다. 축제의 컨셉을 확고히 잡는 방식으로 건전한 음주를 유도하는 학교도 있는데요, 경희대는 올해 축제의 테마를 ‘책’으로 정하고 보다 문화적인 행사의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조치는 무작정 술을 금지하여 학생들의 자율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주점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됩니다. 이들 학교의 축제를 ‘착한 축제’로 선정합니다.

-연예인 섭외에 축제 예산의 절반 이상을
 

ⓒ경인일보


누가 뭐래도 대학교 축제의 꽃은 역시 초청가수들의 공연입니다. 아이돌 가수들이 오기도 하고, 인디밴드들이 오기도 하고, 이제는 월드스타가 된 싸이가 직접 대학교를 찾기도 합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유명 스타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연예인들,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이렇게 누가 오느냐가 워낙에 중요하다 보니까, 가수 라인업이 시원치 않을 경우 학생들이 총학생회를 규탄하는 경우도 종종 있죠. 화려한 연예인 라인업으로 유명한 학교로는 연세대가 있는데요, 늘 화려한 라인업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연세대는 올해도 소녀시대, JYP를 초청하며 그 위용을 보여주었습니다. 꼭 연세대가 아니더라도 누가 어느 학교 축제에 오느냐는 사람들의 큰 관심거리입니다.

하지만 일부 학교의 경우, 연예인 섭외에 과도한 비용을 들이는 바람에 축제 전반의 내실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특히 전체 축제 예산 중 연예인 섭외에만 절반 넘는 비용을 쓰는 학교도 있다고 하니, 연예인 의존 현상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강원대 등 주요 10개 국립대의 축제비용 중 41%가 연예인 섭외에 사용됐다고 합니다. 또한 몇몇 학교의 축제에서는 연예인 섭외 비용을 메우기 위해 공연을 보는 학생들에게 입장료 명목으로 돈을 걷기도 합니다. 올해 세종시의 한 사립대학은 유명 가수와 DJ를 초청해 '클럽형 주점'을 운영하려고 했다는데요. 하지만 VVIP석의 가격을 최고 45만원까지 책정하는 등 엄청난 가격으로 인해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총학생회는 VVIP석과 VIP석을 없앴습니다. 그러나 대학교 축제에까지 고액의 유흥문화를 침투시키려 했다는 점에 대해서 말들이 많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화려한 연예인 라인업을 꾸미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단순히 축제에서 연예인 보는 것만을 바라는 건 아닐 겁니다. 

-여대에 남자들이 더 많아? 축제 때만 되면 벌어지는 남녀 역전 현상
 

ⓒ뉴시스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보통 때 여자대학교에서는 남자들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오죽하면 남자가 캠퍼스 안에 들어가면 괜히 눈치가 보일 정도죠. 하지만 축제 때만은 다르다고 합니다. 축제 기간에 여자대학교 근처의 지하철역에서는 진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학교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려고 지하철역에 들어가는 여학생들과, 기대에 찬 얼굴로 지하철역을 통해 여자대학교로 가는 남학생들이 서로 엇갈리는 모습입니다. 보통 남학생들은 여자대학교에 대한 커다란 환상을 가지고 있지요. 사실 저도 여자대학교, 참 궁금했는데요, 한 번 가보겠습니다. 매번 저만 가서 죄송한데요.

, 새로운데요. 여자대학교에 여자들만큼이나 남자들이 많은 풍경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이채롭습니다. 남학생들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바로 각 학과에서 운영하는 주점인데요, 평소와는 달리 여학생들이 옷을 한껏 차려입고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여학교에선 귀한 손님들이죠. 이러한 남학생들은 아는 친구를 보러 찾아온 경우도 있지만, 그저 여학교에 한 번 가 보고 싶어서 찾아온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축제 때 여학교에 들어가면 별로 눈치가 안 보이니까요. 하지만 남성 여러분들, 주의하세요. 자칫 여자보다 남자를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축제 x파일을 마칩니다. 이고함 PD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