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한국사 특강편>이 화제란다. 무한도전은 지난 2주간의 방송에서(329회, 330회)에서 역사 교육을 소재로 삼았다. 무한도전이 역사교육을 소재로 <한국사 특강편>을 기획하게 된 배경은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뉴스보도에 있다. 청소년들의 역사인식 부재의 문제를 무한도전이라는 ‘국민’ 예능 프로그램에서 까지 걱정하는 것은, 현행되는 한국사 교육이 얼마나 부실한지 알려주는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부재하는 역사교육을 예능프로그램이 대신하려고 할 때 생기는 문제를 간과할 수는 없다.

ⓒMBC 방송화면 갈무리


무한도전은 청소년의 역사인식 부재라는 사실을, 소위 스타 아이돌 수 십 명을 모아두고 ‘헐, 한국사 퀴즈’라는 한국사 문제풀이를 통해 재연한다. 아이돌과 무한도전 멤버들은 한국사 문제에 제대로 접근조차 하지 못 한 채 어처구니가 없는 답을 써낸다. 양기탁과 안중근이 활동했던 단체를 묻는 질.문에 “칠공주”라는 답이 나오는가 하면, 개화기의 외교사절단을 묻는 문제에 “팔도유랑단”, “조선무역팀”, “조선명탐정”과 같은 답이 화면에 나와 웃음을 자아낸다. 여기서 무한도전 멤버들은 본인들이 직접 ‘한국사’를 공부해서 가르치겠다는 당위를 세운다. 

ⓒMBC 방송화면 갈무리


여기서 문제는 무한도전이 가르치겠다는 ‘한국사’의 정의다. 먼저 무한도전 멤버들을 가르친 강사들은 이투스의 설민석 강사, EBS의 최태성 강사, 메가스터디의 라영환 강사다. 이들은 모두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사영역을 강의하는 ‘스타 강사’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즉, 무한도전 멤버들이 배울 ‘한국사’라는 것은 ‘수능 국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사전에 전부 공개한 것이다. 실제로 무한도전 멤버들이 이 강사들에게 배우는 장면을 보면, 중고등학교 시절 대학 입시과목인 ‘국사’를 강의하던 그 학원 강사들의 모습과 국사책을 달달 암기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329회에서 설민석 강사가 “이거 시험에 나와요!”라며 강조하는 장면은 이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수능시험 국사영역에서 고학점을 맞기 위해서는 세종을 “선천적인 천재”로, 정조는 “후천적인 천재”로 이분화시켜 구분짓고, 고구려는 조공을 거부했던 “패기와 기강의 민족”이기 때문에 수나라의 침략을 ‘멋지게’ 물리치는 장면만을 답습한다. 무한도전이 말하는 ‘한국사’가 수능입시를 위해 어떻게든 암기해야하는 ‘국사’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왼쪽부터 설민석 강사, 최태성 강사, 라영환 강사 ⓒ 방송화면 갈무리


이렇게 ‘스타강사’를 통해 배운 수능영역 국사는, 이제 무한도전 멤버들의 강의를 통해 아이돌에게 전해진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강사들에게 전수받은 몇몇 스킬들을 바탕으로 아이돌에게 강의하는 ‘한국사’는 ‘수능 국사’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앞의 강사들에게 배운 것이 ‘수능 국사’이니 당연한 결과였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강연 내용은 몇몇 시대와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업적’을 단편적으로 나열하고, 그 인물들의 ‘위대하고’ ‘자랑스런’ 결과만을 제시하는 것에 그친다. 그리고 그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결과에 느낀 본인들의 감동을 아이돌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기를 바란다. 제작진은 또한 이 ‘감동’이 TV를 통해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되기를  기도했을 것이다. 문제는 입시 ‘국사’를 강의하면서 ‘감동’까지 전달하는 과정에서 한국사의 흐름을 과감하게 단절시키고, 인물들의 ‘긍정적인’ 일면모만 강조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교육방법은 현행되는 수능 국사 교육이 가지는 문제를 무한도전이 그대로 답습해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무한도전의 <한국사 특강편>은 시청자들에게 국사교육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문제는 그것뿐이라는 것이다. 방영된 <한국사 특강>편은 ‘한국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적절한 고민이 없이 진행되었다. 만약 무한도전이 말하는 ‘한국사’가 대학수학능력검정시험의 선택과목인 ‘수능 국사’가 아니라면 말이다. 무한도전이 수능국사를 한국사로 둔갑시킴으로써, 청소년들에게 ‘한국사’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수능국사의 문제풀이가  부족한 것이 되어버렸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스타강사들을 ‘초빙 강연’하는 것을 통해 ‘수능 국사’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인들이 ‘수능 국사’를 강의 하는 악순환을 보여주었다. 


'민족'이라는 감수성을 자극하는 것은 바람직한 '한국사 교육'도 적절한 '역사 인식'도 아닐 것이다. ⓒ 방송화면 갈무리


단순히 그것으로 문제가 끝난 것도 아니다. 한국사 내의 몇몇 사안에서의 단편적인 면모만을 제시해줌으로써, 강의를 접하는 아이돌은 물론 시청자들에게 역사에 대한 올바른 접근 방식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패기의 민족’ 고구려가 살수에서 수나라의 대군을 몰살시킨 위대한 승리는 말하지만, 권력암투로 인한 내분이 고구려 멸망에 일조한 패배는 말하지 않는다. 원나라가 고려를 수십년 지배한 것며 황룡사를 불태운 것은 슬픈 역사라 말하지만, 고려가 여진족 수 천 명을 몰살시킨 것에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다. 민족이라는 감수성을 자극하기 위해 전후 맥락을 모두 과감하게 소거해버리는 역사의 교육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무한도전 <한국사 특강>편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이를 기획한 무한도전 제작진의 의도와 그에 임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열정의 여부와는 무관하다. 예능프로가 역사교육을 자처할 만큼 한국사 교육이 표류하고 있다. 한국사를 비롯한 역사 인식이 수능영역 국사 문제풀이로 치환되는 상황, 역사교육의 역할을 학교와 책이 아니라 예능과 사극에서 찾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의 역사교육의 현실을 보여준다. 수능국사에서의 ‘만점’은 적절한 ‘역사 인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역사인식의 부재가 그토록 문제라면, 현행되는 역사 교육을 한번이라도 살펴보려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능 국사영역의 고득점을 만들기 위한 역사교육을 강요하면서, 역사에 대한 바람직한 접근과 인식을 갖도록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