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판매된 해외도서 358종의 책이 1000위 안에 들었다( http://www2.readersnews.com/sub_read.html?uid=18398&section=sc1). 해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은 곧 한국어로 번역되어 국내 서점에서도 금세 찾아볼 수 있으며 국내 베스트셀러 반열에 종종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

 세계화가 자본주의와 환상의 커플을 이루어 국가 간의 경계를 허물고 경제적 성장을 촉진했다고 평가받는 동시에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현상은 출판계에서도 나타났다. 교보문고가 발표한 358종의 번역서 가운데 151종이 미국도서였고 일본도서는 90종을 차지하해 두 나라에 크게 치우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사회,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영향을 받는 나라들이기 때문이겠다.
 양질의 책들이 번역되어 한국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반길 일이다. 그러나 일부 국가의 시각과 논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주입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2008년 IPA(국제출판협회) 총회의 주제는 ‘함께 하는 미래의 다양성’이였다. 다양하고 깊은 문화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지구촌시대에 세계인이 함께 미래를 공유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은 아직 목표달성은 먼 이야기이다. 세계의 큰 흐름을 움직이고 있는 미국과 서유럽국가들에서부터 나오는 방대한 정보에 비해, 그 반대 축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들의 논리는 전무하다.
 
둘...
 사실, 번역서가 당면한 보다 심각한 문제는 출판의 흐름이라기보다 번역 자체의 질일 수 있다. 날로 높아져가는 독자들의 눈높이를 번역서들이 발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높은 수준의 고등교육을 받고 이미 많은 독서를 통해 독자들은 세련돼졌지만 많은 번역서들이 여전히 직역체로 쓰이며 어색한 수동문을 난발하고 있는 현실이다. 뜨거운 영어열기 덕분으로 사람들의 영어 독해 수준은 갈수록 높아져 매끄럽고 깔끔한 문장을 기대하게 되지만 사람들은 번역서의 한계에 종종 실망하게 된다. 직역체의 늘어지는 문장 호흡과 어색한 어순으로 번역된 책을 읽는 것보다 원서를 읽는 것이 쉽고 분명하게 그 의미를 이해 할 수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특히 부실한 번역은 비문학보다 문학작품에서 치명적인 흠으로 작용한다. 문학작품은 지식과 정보를 전달한 다기 보다는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어투, 쉼표, 마침표에 이르기까지 장치와 의도를 깔아놓게 되는데 그것들이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었을 때 비로소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특히나 시의 경우 운율이 있어 다른 언어로 옮길 경우, 살리기가 매우 어려운데 그렇기 때문에 번역가의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작품의 경우에는 이미 검증된 번역가들에게 의뢰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정 작가의 번역은 특정 번역가가 도맡아 하기도 한다. 번역가 ‘양억관’씨는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다수 번역해 냈고, 그가 번역한 책을 일부러 찾아보는 팬들까지도 생겼다고 한다. 해리포터 시리즈도 줄곧 같은 번역가의 손에서 한국어로 재탄생했다. 

 도서의 내용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지만, 도서 그 자체를 둘러싼 현상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는 건 생소하다. 지금 당신이 읽고 있을지도 모르는 ‘경제’서적은 세계화를 비판하고 있지만, 사실 그 책도 세계화의 논리에 의해서 출판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프리랜서로 일하는 번역가에 대한 관심은 매년 높아져 입학보다 졸업이 힘들다는 어려운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통번역 대학원을 가고자 오늘도 학원을 찾는다. 하지만 양질의 번역은 외국어의 능숙한 사용능력의 여부뿐만 아니라 한국어의 유창성 그리고 더 나아가 번역가의 고민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그와 함께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출판계가 좀 더 영리하게 도서의 다양성을 키우는 것을 기대해 보는 것은 사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