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독”이라는 단어는 인터넷을 하다보면 눈에 자주 띄는 말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의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이러한 단어를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이기 보다는 진보적인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현상의 바탕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현 정부와 보수 정당이 기독교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기독교가 주장하는 가치가 진보주의자들의 눈에 보수적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가장 주된 이유일 것이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기독교의 모습은 분명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유명 교회 목사들의 돌출발언이나, 불신지옥 예수천국과 같은 비신자의 눈에 보기에 껄끄러운 표어를 들고 마이크를 든 아주머니들, 서울시를 하나님에게 봉헌하겠다는 대통령, 돈을 불려가는 대형교회와 같이 기독교라는 단어에서 쉽게 연상되는 그림들은 “기득권자들의 종교라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각해 본다면 매우 아이러니하다. 예수의 시대에 바리새인과 율법학자들은 율법만을 강조하여 돈이 없어 성전에 제물을 바치지 못하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공언했다. 그리하여 성전을 가장 세속적인 거래의 장으로 이용하였다. 그들은 기득권 층이었고, 예수는 그들을 정면으로 비판한 사회개혁가였다. “부자가 천국에 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힘들다.”라던가, “네가 가진 것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라.” “너희들(율법학자, 바리새인)이 아닌 세리나 창녀들이 제일 먼저 천국에 갈 것”과 같은 그의 말을 보면 예수는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이들을 비판하고, 약자와 소수를 옹호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예수 그리스도 (출처 : http://www.twobox.net/Common/PhotoViewR.aspx?photoID=1510391)


본디 기독교는 사유재산이나 부(富)에 부정적이었다. 종교개혁을 주도한 칼뱅의 자금을 대던 것이 부유한 상인들이었기 때문에 부유함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었지만 신약에는 분명 가진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모두 잘 사는 세상. 돈이나 신분에 관계없이 이웃을 사랑하는 평등한 삶을 지향하는 예수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진보주의와 기독교는 절대 융합되지 않는 두 집단으로 생각되지만 ‘이웃 사랑’과 ‘평등’이라는 중요한 공통분모가 있다. 기독교는 어디까지나 종교이기 때문에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차이도 있을 것이고 경전과는 반대의 행동을 하는 집단도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 중 중요한 부분, 동성애, 성 문제 등에 대한 견해를 일치시키려는 시도도 꾸준히 존재했고. 우리나라에도 대안교회가 생기면서 진보적인 견해를 종교 내에서 설명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기독교를 비판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모든 기독교인들이 같을 것이라고 예단하지 말고, 기독교의 긍정적인 부분까지도 깎아내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헌금을 제외하고도 기부를 가장 많이 하는 집단은 기독교다. 난민 구호, 아프리카 식량 원조의 대부분이 기독교 기반의 재단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에 대해 근거 없는 폄훼와 비난이 이루어질 때가 많다. 정치에 대한 어떤 견해도 없는 중립적인 기독교인이 있다면 예수의 메시지대로 분명 평등과 이웃사랑의 가치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득권에게 투표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대형 교회의 목사에게 도 있지만 기독교인을 싸잡아 비난하는 진보주의자들에게도 있다고 생각한다.



▲ 기독교인들의 봉사활동 모습 (출처 : http://cafe.naver.com/o2villcom/729)


어떤 사회에서 평등을 얻기 위해서는 개인을 집단의 일원, 여성과 남성, 경상도인과 전라도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으로 봐야 한다는 사실을 기독교인을 대할 때는 잊고 있다. “개독”에 대한 비난이 가끔은 “좌빨”을 딱지붙이는 것처럼 무분별하고 공포스러운 전체주의로 느껴질 때가 있다. 기독교의 어떤 부분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무조건 적으로 기독교를 배척하고자 하는 사고방식 보다는, 그들을 건설적으로 비판하고, 그들이 변화하려고 할 때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기독교와 진보주의는 차이점도 많지만 공통점도 생각보다 많다. 이러한 점을 조화시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담론없이 “무신천국 기독지옥”만을 외치는 행동은 진보주의자 역시 파시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