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울분을 금치 못했어요"

세브란스병원 수술간호팀 김경애 팀장의 말이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현행 간호조무사 제도를 폐지하고 간호인력 체계를 새롭게 편성하는 '간호인력 개편방향'을 발표했다.  복지부의 입장에 따르면, 일정 경력 이상의 1급 실무간호인력(2급 실무간호인력)은 일정기간 교육을 거쳐 간호사(1급 실무간호인력)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복지부는 “의료현장의 간호인력 부족과 그에 따른 업무부담 가중 등을 해결하기 위해" 간호인력 충원의 방안으로 개편안을 내 놓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간호업무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비(非)의료인인 간호보조인력이 일정 경력과 시험만으로 간호사가 될 수 있다는 방침에 대해 간호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간호 교육을 더 전문화 시키기 위해 '간호교육 4년제 일원화'가 진행된 지 2년 만에 간호 인력의 수준을 낮춘다는 것이다. 

Q. 왜 1인 시위를 하고계신가요?
 보건복지부가 일방적으로 간호인력 개편안을 발표했어요. 기존 3년제 또는 4년제 간호대학을 졸업해야만 될 수 있었던 간호사를 2년제를 졸업한 '간호 실무사'들이 일정 경력과 시험으로 할 수 있게 되요. 생명을 다루는 환자관리와 응급상황에서 의료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은 직능을 간호사로 인정하게 된다면 의료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겠죠. 저희는 그런 법에 찬성할 수 가 없어서, 이렇게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어요.


Q. 간호 인력 개편안이 왜 문제가 되는것인가요?
 현재 간호대학들은 3년제 또는 4년제로 운영되고 있고, 기존의 3년제도 4년제로 일원화 되고 있어요. 그만큼 간호사로써 더 많은 지식과 실습을 거쳐야 한다는데에 동의를 했기 때문이예요. 환자의 건강 또는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전문성을 길러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통과된 개편안에서 갑자기 2년제 코스를 등장시킨 거예요. 이 2년제 과정을 졸업하면 '간호 실무사'가 되고, 이 생활을 일정기간 경력 쌓고 교육받고 시험 통과하면 간호사가 된다는 내용이에요. 전문성이 떨어지고 그 과정에 비추어 볼 때 '간호 실무사'는 실질적으로 현재 자격증으로 취득 할 수 있는 '간호 조무사'와 같은 셈이에요. 


Q. 전문적인 일이라고 해도, 현장에서의 경험은 무시 못하지 않을까요?
만약 사무처리라면 가능할지모르겠지만, 의료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해요.  간호사는 환자 곁에서 24시간 을 지키며 모든 건강과 상태를 체크해요. 환자의 현 상태에서 발생 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알고 있어야 하고, 또 긴급상황에 정확히 대처 할 수도 있어야 해요. 그런데 이런 전문적인 지식은 현장 경험만으론 절대 길러 질 수 없어요. 간호사와 같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4년동안 대학에서 공부한 생명, 의료관련 지식이 옆에서 지켜본다고 습득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잖아요.

이번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최대 피해자는 질 떨어지는 케어를 받게 되는 환자들일 수 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환자의 건강을 위해서, 또 우리 나라의 양질의 의료환경을 위해서 절대로 간호 인력의 전문성을 양보 할 수 없는 것이에요. 


Q. 일반적으로 간호사들이 환자를 케어 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요?
의사의 오더가 나면 그것을 수행하고, 그 조치 대해 환자의 반응을 살피는것이 기본적이구요.  24시간 환자를 관찰하면서 의사가 포착하지 않은 부분을 확인하거나 혹여나 실수 할 수 있는 의사의 오진료를 잘못되었다고 알려주는 것도 주요 업무에요. 의사가 없을 때에도 환자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의사의 진료를 모두 따라 갈 수 있는 지식도 필요해요. 그 밖에 환자를 위해 건강상의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하고, 또 충분히 인간대 인간으로 교감을 할 수 있어야 하구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에 늘 공부를 해야하죠.

 
Q. 현행 간호 조무사 분들은 어느정도 수준까지 일을 하는 건가요?
간호조무사는 간호사 업무를 직접 할 수 없으며,  보조업무를 하게 되어 있어요. 
 
식사를 할 때도, 식사를 잘 못하는 경우 간호사는 “연하곤란이 있나”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조무사는 “그냥 밥을 잘 안드셔요”라고 끝날 수 있어요. 전문 지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볼 수 있는 수준이 다를 수 밖에요.



Q. 보건복지부는 간호인력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 놓았다고 발표했는데요.
간호 인력이 부족한 것, 맞는 말이예요. 하지만 간호인력이 부족하다고 그 부분을 전문성을 낮춘 간호실무사로 메우는것은 문제가 커요. 의료의 질을 담보로 간호인력 공급을 한다는 말이잖아요.

간호 인력 부족은 간호사를 더 고용해서 해결해야 해요. 간호사의 인력을 채워주고 그러면서 적절한 보장을 해주면서 실무환경을 떠나지 않게 하는것이 근본적인 방법이에요. 간호사를 대체할 인력을 늘려 의료질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간호사들이 병원을 그만 두지 않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맞는 말이 아닐까요.


Q. 충분히 간호사가 있는데에도 병원에 간호인력이 부족하다면, 그동안 간호사 처우가 좋지 않았나봐요?
당장 3교대 하고 있는데, 3교대도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아침 저녁 그리고 밤근무까지 3교대가 계속 8시간씩 돌아가요. 그러나 밤 근무라는 게 생체 리듬을 깨니까 간호사들이 많이 힘들 수 밖에요. 그런데도 필요한 만큼 간호사를 채용하지 않으니까 남은 사람들은 더 힘들고, 업무는 지연되는것이죠. 그나마 종합병원은 사정이 나은 편이에요, 규모가 작아질 수록 간호사가 엄청 부족합니다. 적정인력이 가장 필요한 이유입니다. 


Q. 병원 내 동료 의사들은 이번 간호인력 개편안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병원의 의사들도 잘 알아고 저희 입장에 공감 한다고 해요. 간호사도 병원실무에서 뛰면서 많이 배워야 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환자 관리를 해야 해요. 4년제 교육을 받아도 여전히 현장에서  알아가야 할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의사들도 2년제 교육과정을 나와서는 어렵다는데에는 공감해요.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업무이기 때문에, 공식처럼 딱딱 떨어지는게 아니에요. 총괄적으로 환자를 관리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렇기 위해서는 4년제를 다니며 적절한 실습과 전문 지식을 배워야하는 것이에요.


Q. 간호인력 개편안 폐지 운동에 대해 주변의 반응들은 어떠세요?
주변에서 굉장히 호응이 높아요. 후원금도 솔선해서 보내주시고. 그래서 건수간이라는 모임도 만들었어요. 신문에도 광고를 할 수 있었구요. 

오는 18일 목요일에 서울역 광장에서 촛불문화제도 할 계획이에요. 1인 시위도 이 개편안이 철폐 될 때 까지 계속 할것입니다. 국민의 건강과 간호의 미래를 위해서요.


0712 추가. 인터뷰 내용 중 <Q. 이번 간호인력 개편안이 통과하는 과정에는 대한간호사협회도 일조한 것으로 알고있는데요?>라는 질문에 대한 내용은 '대한간호협회'와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한 전국 간호사 모임'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문제로 질문의 취지가 지나치게 모호하기에 독자여러분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삭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