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아이돌에 대한 애정을 여성 팬들 못지않게 드러내는 남성 팬들이 있다. 아이돌 팬덤 내에서 그들은 일명 ‘남팬’으로 불린다. 남팬에게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아이돌을 향한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남팬은 게이다? 다 같은 팬심일 뿐

2ne1과 원더걸스는 걸그룹임에도 언니 부대를 끌고 다니는 등 여성 팬의 비율이 높기로 유명하다. 여성 팬들의 애정 표현은 동성에 관한 것일지라도 상대적으로 익숙하며 관대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남자 아이돌을 사랑하는 남성 팬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뿐더러 “게이가 아니냐”는 편견에 시달린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감정 표현이 풍부하지 않기에 남팬들의 애정 표현은 눈총을 받는다. 남자들의 경우 동성에 대한 사랑에 더욱 폐쇄적인 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부분도 남팬에 대한 편견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같은 편견으로 남팬은 여성 팬과 다르지 않은 남자 아이돌에 대한 동경의 마음조차 드러내기 힘든 실정이다.

직접 만나 본 남팬의 마음은 여성 팬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자일로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인기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남팬은 인피니트가 좋은 이유를 묻자 “방송에서 보여주는 책임감 있는 모습과 재치 있는 모습이 좋다”고 답했다. 여성 팬들과 다르지 않은 인간적인 호감이 곧 팬이 되게 한 것이다. 그는 걸그룹의 홍수 속에서 매력 있는 여자 아이돌들이 많이 나옴에도 인피니트가 더 좋은 이유를 묻자 “남자는 여자 연예인을 좋아해야 한다는 편견이 있다. 남자가 남자 연예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관심을 갖고 바라보면 걸그룹보다 더 좋아하게 되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은 사회적 시선이 남팬을 이상하게 보는 것이었다. 유자일로는 “남팬이나 여팬이나 성별의 차이 뿐 팬심은 똑같다. 남팬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거나 눈총 받는 것도, 특별대우 받는 것도 옳지 않다”고 밝혔다.

ⓒ 마이데일리


잘 키운 남팬 하나 열 여팬 부럽지 않다

그들에게 쏟아지는 시선 속에서도 남팬들은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은 남자 아이돌에 대한 그들의 동경과 애정을 표현하며 여성 팬 못지않은 적극성을 보여주고 있다.

인피니트의 유명 남팬 유자일로는 인피니트에 대한 영상을 제작해 팬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패러디해 만든 ‘인피니트 탐구생활’ 9화는 30만에 육박하는 유튜브 조회 수를 자랑한다. 인피니트에 관한 패러디 영상과 만화 제작으로 그의 팬 블로그의 누적 방문자 수는 5만이 넘는다.

신인 남자 아이돌 빅스의 남팬인 빅스맨은 직접 팬 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그는 빅스 멤버를 소개하는 영상인 ‘빅스시대’를 매주 게시한다. 또한 그는 빅스 팬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라디오를 진행하는 그는 라디오 이벤트 당첨자에게 본인이 공개방송에서 빅스를 촬영한 ‘직캠’을 상품으로 공유하기도 하는 등 활발한 팬 활동을 하고 있다.

남팬은 여성 팬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팬픽 문화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빅뱅의 남팬인 서중독은 빅뱅 팬픽 작가로 유명하다. 현재는 군 복무로 연재를 중단한 상태이다. 그러나 2만이 넘는 그의
팬픽 카페 회원 수는 그의 팬픽 활동이 팬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았음을 알게 한다.


남팬 활동은 자아 정체성 형성에 긍정적 영향

남팬의 팬 활동이 팬들 사이에서 많은 지지를 받음에도 여전히 남자가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선 못미더워 하는 시선이 많다. 남팬의 팬 활동은 마냥 눈꼴사나운 일인 걸까. 눈총만을 받기엔 남팬 활동의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안은미 박사과정 외 3인의 연구팀의 ‘팬덤활동이 청소년의 자아탄력성에 미치는 영향과 성별 차이’ 보고서에 따르면 팬덤 활동은 자아 정체성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순한 여가나 노는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 좋아하는 활동을 찾아 행동하기 때문에 자아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인피니트 남팬 유자일로는 “인피니트를 좋아하는 과정에서 방송 PD라는 꿈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재미삼아 인피니트를 위한 영상을 만들려던 과정에서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은 좋은 롤 모델을 찾는 일이기도 한다. 같은 남성이며 성공한 남자 아이돌의 모습이 그들을 동경하는 남팬들에게 롤 모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mbc 에브리원의 ‘주간 아이돌’에서 남자 아이돌 그룹 틴탑의 엘조는 지드래곤의 열성팬이었음을 밝히며 “롤 모델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그룹 엠블랙의 미르 역시 “god 형들의 콘서트를 가서 팬이 되고 그로 인해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걸그룹들을 제치고 남자 아이돌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남팬들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따가운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남팬들은 여성 팬들만큼이나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