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긴박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26일 적자노선에 민간참여를 허용하는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8월 6일 진행된 신임 철도공사 사장 최종 면접에서는 국토부 관료 출신으로 철도민영화 사업을 추진했던 후보들이 경쟁했다. 국토부 출신의 신임사장이 임명될 경우 철도공사는 국토부의 의지대로 민영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사장임명 후 철도민영화는 급속히 추진될 전망이다.

언론과 국민의 부족한 관심 속에 외로이 철도민영화 반대를 외치고 있는 한래근(48)씨를 만났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광화문에서 20여일간 1인시위를 진행해오고 있다.

철도해고자원직복귀투쟁위원회 조사부장 한래근(48)


Q. 국토교통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철도공사의 적자다.  그러나 현재 철도공사가 가진 적자의 대부분은 내부운영과실로 생긴 적자가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한 적자다. 먼저 정부는 고속철도를 만들면서 생긴 부채 중 4조 5천억원을 철도공사에 넘겼다. 이후 심각한 적자상태의 인천공항철도를 철도공사에 강제로 인수시키면서 1조2000억원의 부채가 추가로 생겼다. 이는 철도공사가 감당할 수 없는 빚이다. 적자를 만든 건 정부인데 책임은 철도공사가 져야 하는 상황이다.

Q. 외부의 빚이 넘어오기 전에는 상황이 어땠나
자체적으로 연구한 바에 따르면 고속철도 등의 부채가 들어오기 전에는 적자의 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철도공사는 공기업으로서 군인화물 무료운송, 청소년 할인, 노인 할인 등의 서비스를 시행한다. 적자가 심한 벽지노선도 계속 운영한다. 또 국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만큼 요금인상을 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이에 따르는 손실금액은 정부에서 보상(PSO:공익서비스보상)을 해주는데, 이런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생긴 적자가 대부분이었다. 외부의 빚만 없다면 철도공사는 정상적 운영이 가능하다.

Q. 국토교통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에는 철도공사를 지주회사와 6개의 자회사로 분할하는 계획이 담겨있다. 회계분리와 자회사들을 통한 열차임대·정비 등의 수익을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방법으로 적자를 극복하는 게 가능한가.
그런 방법으로 해소될 적자였으면 진작에 해결됐다. 철도공사는 자체적으로 적자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03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했다. 총 직원의 20%가량이 줄어들었다. 그 결과로 현재 철도노동자 1인당 연간 운행하는 노선의 길이는 4400km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적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빚이 아니다.

Q. 철도공사의 자본금이 3조원대임을 감안할 때 적자가 심각해보인다. 어떤 민간기업이 이런 적자기업에 투자하려 할까
민간자본은 흑자의 가능성이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철도공사를 인수할 경우 100% 흑자가 난다. 인천공항민자철도의 경우처럼, 철도 운영 중 적자가 나는 부분은 정부가 보상해준다. 민간자본의 적자를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세금이 쏟아지게 되는데,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을 민간기업에 보상할 것이 아니라 철도공사에 투자하면 민영화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Q. 국토교통부의 원래 계획은 수서발 KTX를 민간자본에 넘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계획으로 코레일이 지분의 30%를 갖고 나머지 70%에 공적기금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민영화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수서발 KTX는 이제 민영화의 여지가 없나
정부는 70%의 공적자금으로 국민연금기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분을 민간자본에 넘기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기금은 수익을 내야한다. 철도공사가 계속 적자가 난다면, 주주총회나 이사회는 철도공사의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민간기업에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Q.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국민의 합의 없이는 철도민영화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약을 깨면서 다시 민영화를 추진하는 이유가 뭘까.
박근혜대통령은 현재까지 이 사안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다.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1인 시위의 목표 중 하나가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표명을 듣는 것이다.


Q.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 민영화로 인한 요금인상이다. 국토부의 계획이 관철될 경우, 실제로 요금인상은 얼마나 이루어질까. 
지금까지는 코레일이 국민부담을 줄이기 위해 요금인상을 최대한 억제했다. 공기업은 이익이 최우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간자본은 돈을 벌어야 한다. 적자기업을 운영하는 데 요금인상이 없길 바라나.

Q. 국토교통부는 부실운영의 원인 중 하나로 평균연봉 6300만원에 달하는 직원들의 인건비를  꼽는다. 민영화를 통해서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국토부는 연봉 6300만원의 정직원들 대신 연봉 2000만원대의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인력을 외주화한다는 계획이다. 장차 인력감축과 비숙련 노동자들로 인해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코레일의 경우만 하더라도 몇 년 전 인력감축을 겪으며 일주일에 한번 하던 점검을 한달에 한번 씩 하게 되고 한달에 한번 하던 점검을 1년에 한번 했다. 민영화가 되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민간기업은 시설투자보다 주주의 이익이 우선이다. 설비와 점검은 자연스레 뒷전이 된다.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열차사고가 나지 않을 수 없다. 

Q. 요금인상과 안전,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 외에 다른 문제는 뭐가 있을까
민영화는 철도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당장 가스나 수도 등의 영역에서도 민영화의 위기가 닥쳐온다. 공적 서비스를 민영화시키는 논리는 어느 분야에서건 비슷하다. 철도가 무너지면 나머지 분야도 무너지기 쉽다. 

큰 그림도 보고 있다. 통일이 된다면 우리나라 열차는 유라시아까지 닿게 된다. 대륙에서 건너오는 물자는 물론이고 일본에서 넘어오는 화물까지 합하면 철도로 인한 미래의 수익은 짐작하기조차 힘들다. 철도민영화는 이런 엄청난 수익을 국민에게서 빼앗아 사기업으로 넘겨주는 것이다. 국내철도사업을 넘보는 민간자본이 국내기업만이라는 법도 없다. 미국이나 일본의 자본이 한국철도를 넘본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철도민영화는 심각한 국익반출로 이어질 수 있다.


Q.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을 민영화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책이 시급하다. 민영화를 막기 위해 1인 시위 말고 어떤 투쟁들을 진행중인가.
얼마 전 광화문 광장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114배 투쟁을 했다.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도 열었다. 오늘(7일) 확대쟁대위에서 향후 다른 투쟁계획도 논의한 것으로 안다. 노동자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가 파업인 만큼, 파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Q. 파업을 계획중인가.
자세한 일정은 알려줄 수 없다. 하지만 위원장이나 중앙집부는 ‘파업을 통해서라도 막아야하지 않겠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전 파업의 경우, 언론이 ‘국민의 발을 볼모로’ 혹은 ‘국민을 불편하게 하면서’ 등의 문구로 우리를 공격했다.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중이다. 감히 부탁말씀을 드리자면 파업이 닥쳤을 때 국민여러분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주셨으면 한다. 우리는 월급 올려달라고, 휴일을 더 달라고 싸우는 게 아니다. 요금 폭등을 막기 위해, 열차사고의 개연성을 막기 위해, 국익반출을 막기 위해 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