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숨바꼭질’은 서글펐다. 광기어린 눈으로 성수(손현주 분)의 목을 조르며 “내 집이야!”를 외치는 주희(문정희 분)의 외침은 처절했다. 주희의 소망은 그저 내 한 몸 편히 누일 보금자리 하나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에게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집을 장만한 길이 없던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아마 살인이었을 것이다. 내 집에 대한 열망이 너무 강했던 나머지 다른 이의 집을 빼앗았고, 그 주인을 죽였고, 그 집을 원래부터 자신의 집이라 믿어 버렸다. 성수가 자신의 눈앞에서 집에 불을 붙이자 불을 끄기 위해 곧장 불속에 뛰어든 주희의 모습을 일개 살인자의 광기로 치부하기엔, 가슴으로 전해지는 고통의 크기가 너무나 크다.
 
물론 영화 속 묘사는 극단적이다. 그렇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것도 아니다. 충분히 가능한 설정이며, 특히 집에 대한 주희의 집착은 너무나 현실적이라 슬프다. ‘내 집 마련’이 수많은 사람들의 목표 1위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청약주택 가입자 수는 이미 1600만 명에 육박한다. 너도나도 내 집 하나 장만해 보겠다고 불철주야 일을 하며 푼푼이 저금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 꿈은 쉽게 이뤄질 기미가 없다.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2012년 사회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생애 최초 주택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8년이다. 이마저도 취직이 돼야 가능한 소리다. 집에 대한 욕망은 갈수록 커지는데 도통 실현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니, 할 수만 있다면 남의 집이라도 뺏고 싶은 주희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것 중 하나가 ‘전세대란’이다. 집을 구매하는 꿈을 잠시 미루고 집을 마련할 목돈이라도 차근히 모으기 위해 차선책으로 전세를 택하는 사람들을, 현실은 두 번 죽이고 있다. 전세금은 천정부지로 올라 매매금과 별 차이가 없으며, 매물조차 찾기 쉽지 않다. 반면 월세는 넘쳐난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목돈을 까먹는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회는 불붙는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제도를 내놓고 있지만 이것이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돌리기 위한 묘수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와 더불어 임대주택 건설도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영화 속 주희는 내 집 마련을 열망하는 모든 국민의 열망이 극단적으로 응축된 등장인물이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되는 영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