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라는 방송이 있었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시사평론가 김용민, 전 국회의원 정봉주, 시사IN의 주진우 기자가 출연해 이명박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회차마다 수백만 건의 청취 횟수를 기록했고, 출연진이 각지에서 토크콘서트를 열 때면 수만명이 운집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들이 집필한 서적은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에 머물렀고, 알자지라와 뉴욕타임즈에서도 ‘나꼼수’의 전 국민적 인기를 보도할 정도였다.  ‘나는 꼼수다’ 열풍과 함께 주목받은 매체가 있다. 바로 팟캐스트다.

팟캐스트는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이 합쳐진 용어다. 자유롭게 제작된 영상·음성 형태의 파일을 내려받아 감상할 수 있는 매체를 뜻한다. ‘나는 꼼수다’는 팟캐스트 방송이었다. 전 세계 팟캐스트 랭킹 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방송에 대한 관심은 팟캐스트라는 매체에도 이어져, 수많은 청취자가 유입되고 방송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새로운 미디어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팟캐스트는 이후 대안언론으로서의 색깔을 유지한다. 보수정권의 등장과 함께 주류방송이 급격히 우경화했고, 사람들은 TV와 신문에서 접할 수 없는 얘기를 말하고 듣기 위해 팟캐스트를 선택했다. 방통위의 심의에서 자유로운 덕에, ‘나꼼수’를 필두로 한 당시의 정치팟캐스트는 정권을 마음껏 비판하며 청취자를 만족시켰다. 

지금은 예전 같지 않다. ‘나꼼수’ 열풍이 사그라진 후 팟캐스트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팟캐스트 전문포털 팟빵 관계자에 따르면 팟캐스트의 월간 페이지뷰는 122만 건에 불과했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조차 회당 다운로드 20만 건을 기록하는 데 그친다. ‘나는 꼼수다’만 해도 회당 청취횟수가 수백만에 육박했던 예전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팟캐스트 방송 송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블러그(iblug)는 팟캐스트 운영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팟캐스트가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컨텐츠의 정치편향성을 꼽았다. “백만 명은 작은 규모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청취자 층은 시사분야에 편중되어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교육·문화·엔터테인먼트·스포츠·음악 등의 분야로 쉽게 확장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용자가 줄어든 만큼, 매체의 영향력도 줄어들었다. 국내 팟캐스트 방송이 6000개를 넘어섰지만 팟캐스트 구독자는 120만 명 정도다. 늘어나는 방송 숫자에 비해 이용자가 너무 적어, 개별 방송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 아이블러그는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현재 청취자보다 몇 배는 많아져야 합니다. 적어도 오백만, 천만 가까운 청취자 층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야 방송의 전파력도 커지고, 광고도 집행할 정도의 시장이 형성됩니다.”라고 말했다.

컨텐츠가 다양화되고 있는 모습이 그나마 눈에 띈다. 팟빵 관계자는 “정치 분야의 팟캐스트가 대다수였던 초기에 비해 최근에는 예술·스포츠 등의 다양한 팟캐스트가 생기고 있다.”며 “특히 영화·음악·도서 관련 방송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나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은 대중의 독서열풍과 함께 수많은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고, 영화리뷰 팟캐스트 ‘씨네타운 나인틴’은 공중파 라디오프로그램에 편성되며 팟캐스트의 성장가능성을 높였다.

다양한 분야의 팟캐스트가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도 주류는 정치팟캐스트다. 팟빵 순위에 따르면 2013년 8월 27일 현재 상위 10개 방송 중 7개가 정치 분야의 팟캐스트다.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던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나 ‘이슈 털어주는 남자’, ‘서영석의 라디오 비평’과 더불어 최근 개국한 국민TV도 상위 10개 팟캐스트 중 절반을 차지하며 상위권을 정치팟캐스트로 채운다. 팟캐스트의 정치편향성은 대안언론으로 급성장했던 시기에 유입되었던 이용자의 특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정치 분야의 방송은 지금까지 팟캐스트를 이끌어왔다. 앞으로도 분명 필요한 분야다. 하지만 팟캐스트가 침체기를 극복하려면 정치 분야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용자의 다각화가 시급하다.

팟캐스트에서는 녹음장비와 인터넷만 있으면 누구나 방송을 만들 수 있고, 청취자는 듣고자 하는 방송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들을 수 있다. 쉬운 접근성을 기반으로 한 컨텐츠의 다양성이 팟캐스트의 최대 장점이다. 따라서 방송이 정치 분야로 몰리는 현상은 팟캐스트의 미래에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팟캐스트의 상위권 독점이 다양한 성향의 컨텐츠 생산자와 청취자의 유입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 외적인 분야의 팟캐스트가 성장할 가능성을 줄인다. 팟캐스트가 다른 매체와 차별화되는 요소가 다양성인 만큼, 팟캐스트는 정치적 집합소가 아닌 문화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성장해야 한다. 수많은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지는 매체의 역할을 수행할 때, 팟캐스트는 제2의 전성기를 기대할 수 있다. 여러 성향의 이용자가 유입되어 팟캐스트가 다시금 영향력 있는 뉴미디어의 위상을 되찾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