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발표되는 부동산 대책이 또 등장했다. 이번엔 연 1~2% 금리의 20년 만기 모기지를 도입하는 내용의 8.28 부동산 대책이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이름을 날짜에서 따오는 이유는 너무 자주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기에 따로 이름을 짓기가 힘들어서가 아닐까하는 생각조차 들 정도다.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 거래가 활성화될지도 모른다는 낙관론과 큰 영향을 주기 힘들것이라는 비관론이 언론에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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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문제는 한국경제를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뇌관임을 알기에 무턱대고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비난하기에 어렵다는 것은 안다. 지난 3월 한국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가 한국, 미국 등 6개국의 가계자산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75.1%로 나타났다. 자산이 4억이 있다 하더라도 3억은 아파트값이라는 이야기다. 

빚 없이 모두 한 푼 두 푼 열심히 모아서 산 아파트라면 그나마 하락의 충격이 덜하겠지만 현실이 낙관적이진 않다. 아파트값이 한참 들썩이던 당시 상승 기대감에 무리해서 은행대출을 받은 사람이 태반이다. 가계대출 총 규모가 곧 1천조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탐욕을 탓하기엔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집값이 곤두박질치는 순간 무주택자가 좋아할 새도 없이 한국 경제는 나락으로 추락할 것이다. 집값이 소득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집값을 상승하거나 유지시키는 정책을 계속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의 사정을 십분 이해함에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정부가 여전이 부동산 정책을 ‘주거 대책’이 아닌 ‘집값 대책’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이번 부동산 대책엔 야권과 시민단체가 요구했던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보증금 전액 회수 정책은 모두 빠져있다. 대신 정부는 저금리 상품을 내놓으며 ‘마침 전세값과 매매값이 비슷하니 이번 기회에 집을 사는게 어떠냐’는 손짓만 열심히 하고 있다. 대학가 주변의 원룸촌을 전전하는 대학생이 전세값과 매매값이 비슷하다고 살고있는 원룸을 덜컥 구매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정책을 접근하는 과정에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집값의 안정이라는 목표 만큼이나 모든 사람의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집값 하락을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만큼이나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안정적으로 자신의 거주공간을 가져야 한다는 주거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교도소 독방 크기와 비슷한 2평 남짓의 고시원에서 사는 사람에게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어떤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비슷한 시기면 반복되는 부동산대책은 자신과 동떨어진 이야기일 뿐이다. 이제 ‘집값 대책’이 아니라 ‘주거 대책’을 요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