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는 남자야 여자야?"
TV를 보던 중 엄마가 물었다. 요즘 인기인 MBC 드라마 '오로라공주'에서 극 중 '남성'을 좋아하는 '나타샤'를 보며 한 말이다. ‘나타샤’는 (배우 송원근 분) 상대역인 '박사공'(배우 김정도 분)을 좋아해 집안에 들어가 사는 역할로 나온다. 지난 13일 하차하기로 예정됐지만, 주인공 남자의 누나로 나오는 '황자몽'과 새로운 러브라인을 암시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나타샤로 대표되는 '성 소수자'의 성 지향성을 무시했다는 이유에서다. 나타샤의 하차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었지만, 드라마 속 나타샤의 '성 정체성'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 MBC 드라마 '오로라공주'


극 중 나타샤가 지향하는 '성 정체성'은 모호하다. 상대방을 '오빠'라고 부르는 나타샤가 '여자이길 원하지만 사정상 남성일 수밖에 없는 인물'인지, '여자로서의 성을 지향하면서 '성기성형'은 원하지 않는 인물'인지, 것도 아니면 '동성애자'인지 명확히 나타나지 않는다. 그 대신 오로라공주는 사회적 통념으로서의 '여성다움'인 요리하기와 청소하기, 예민한 감성의 변화 등으로 나타샤를 캐릭터화시킨다.

오로라 공주를 보는 대다수가 나타샤를 보며 '남자인지, 여자인지' 묻지만 그가 '게이인지, 트렌스 젠더인지'는 궁금해 하지 않는다. 나타샤의 주변 인물들 또한 그의 성 정체성을 특이하게 여길 뿐, 진정으로 그의 고민을 함께하진 않는다. 극 중 상대방 박사공의 엄마는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긴 박사공이 나타샤에게 이별 통보를 한 것을 보고 "우리가 찬밥 더운밥 가릴 때니? 여자면 감사하지"라고 말하며 나타샤가 단순히 '여자'가 아닌 것에 불만을 나타낸다. ‘여성임을 지향하는’ 주민등록상 남성이 동성을 좋아하는 것과 ‘남성임을 지향하는’ 주민등록상 남성이 동성을 좋아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바로 여기에 '오로라공주'가 '나타샤'로 대표되는 성 소수자를 대하는 방식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오로라공주는 나타샤를 '게이'로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기존에 게이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 즉 '여성적' 측면으로서 게이를 보게 만든다. 이는 게이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더욱 고착화한다. 나타샤가 박사공에게 '오빠'라고 부름에도 불구하고 기사 곳곳에서는 그를 동성애자라고 단정 지어 보도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편견적 한계는 나타샤가 하차하는 회차에서도 나타난다. 박사공은 나타샤에게 '우리 내생엔 남자 여자로 태어나서 다시 만나자. 내가 꼭 너 알아볼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여자 몸 받아.'라는 말로 이별통보를 함으로써 끝까지 나타샤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나타샤 또한 그에 대한 답변으로 '정말 내세에 우리 부부로 만나면 오빠 나한테 잘해줄 거지. 평생을 사랑하고 바람피우지 말고 우리 백년해로 살자'라는 편지를 남긴 채 집을 떠난다. 이 장면은 성 소수자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현실을 비판적으로 제시했지만 미디어에서 성 소수자를 표현하는 편견적 한계 또한 고스란히 드러냈다.

성 소수자 운동이 한국에 뿌리내린 지 10년이 더 되었지만 여전히 미디어 속에서는 10년의 노력을 상쇄할 만큼의 편견으로 점철된 작품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오로라공주는 이러한 기존의 미디어 속 성 소수자 표현 방식의 한계를 그대로 답습했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대신 왜곡하고, 편견된 이미지를 고착화했다. 그런 면에서 박사공의 이별통보는 지금까지 미디어가 성 소수자를 대해온 방식과 무척이나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