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한국사 교과서(교학사)가 검정심의를 최종 통과하면서 내년 3월부터 일선 고교에서 사용이 가능하게 됐다. 그런데 그 내용이 지나치게 우편향적이어서 벌써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검정심의를 벌인 국사편찬위원회는 ‘다양한 시각이나 사관을 인정하자는 것’이라며 역사적 판단이 끝난 사건들은 필수적으로 쓰여야 할 단어가 있기 때문에 그 기준에 입각해 중립성을 지켜 심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교과서로 등록되기 위해선 사실에 입각해 가치판단이 끝난 사건에 대해 해당 용어를 써주어야만 한다. 5.16 쿠데타를 ‘혁명’이라 쓸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뉴라이트 교과서 역시 용어는 검정 합격선에 맞추도록 했다. 문제는 뒤에 덧붙인 해설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5.16을 쿠데타로 명명하긴 했지만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애썼으며 유신시대는 국내외 혼란으로 유신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5.18 민주화 운동 역시 시위대에 대한 진압군을 정당화하고자 했으며 희생자 발생의 기록은 표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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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교과서가 약 200개 안팎의 수정 사항을 지적받은 것에 비해 뉴라이트 교과서는 2배가 넘는 479개 사항을 지적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지적을 받은 것 중 앞서 언급한 논란이 되는 부분이 포함되면서 뉴라이트 교과서가 과연 사실 판단을 충분히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뒤따른다. 즉, 충분한 역사적 사실을 제시한 후 해석을 덧붙였다기보다는 자신들의 가치판단에 맞게 사실을 더하거나 뺐다는 정황들이 엿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류 역사학계에 대응하는 또 다른 시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뉴라이트라는 비주류적인 시각을 아예 배제하자는 것은 아니다. 식민지근대화론은 가치 판단 이전에 사실로써 인정할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판단보다는 가치 판단에 주력한 이 교과서가 고등학교에서 정식으로 채택될 경우 생기는 파장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역사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이해보다는 객관식에 맞춘 암기형 공부에 주력하는 한국 교육 시스템에서는 더욱 그렇다. 주류 역사학에 대한 설명이 동반되지 않는 상태에서 뉴라이트 교과서의 비주류적인 해석은 학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거나 편향된 역사의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뉴라이트 성향의 학회에서는 기존의 역사교과서가 지나치게 한쪽의 시선을 부각시켰기 때문에 균형을 맞춰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기존의 교과서에 다양한 시각을 담을 수 있도록 수정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생 개개인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도록 노력해야지 이 교과서를 배우는 학생은 이 시각으로, 저 교과서를 배우는 학생은 양극의 시각으로 배우도록 하는 것은 기계적인 균형을 잡는 것 그 이상도 아니며 오히려 한국 사회를 양극으로 분열시키는 계기점이 될 수 있다.

내일, 뉴라이트 교과서가 일반에 공개된다. 각 고교에도 전시돼 학교별 채택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뉴라이트 교과서가 뉴라이트 진영의 주장처럼 비주류의 한 시선을 보여주고자 노력한 것인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교과서를 본다고 우려가 사그라질 것 같진 않다. 479개의 수정 지적 사항만으로도 뉴라이트 교과서의 실체나 의도가 충분히 파악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