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1일 SBS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윤봉길 기념관의 재정문제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윤봉길 기념관에는 국가 보물을 비롯해 윤봉길 의사의 유품을 상당수 보관하고 있으나, 전기세를 납부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이에 윤봉길 기념관은 폐쇄 위기에 놓여있지만, 국가보훈처와 서울시는 서로 눈치보기와 책임회피로 상황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른쪽 하단에 '국가보훈처' 배너가 눈에 띈다. ⓒ 윤봉길 기념사업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고 지난 반년 동안 정부는 여러차례 ‘역사 문제’를 언급했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역사인식 부재’와 '역사 왜곡 문제'를 지적했었다. 이어 교육부 장관이 직접 역사 교육 강화방안을 제시했고, 국사는 수능필수 과목이 되었다. 이런 '역사' 광풍 속에서 애국선열 15인 중 한명인 윤봉길 의사의 기념관 폐쇄 위기 소식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특히나 국가 보훈처는 현충 시설로 분류되는 윤봉길 기념관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는 이유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국가 보훈처가 아닌 타인이 소유한 사유물을 국가보훈처가 지원할 이유도 없고, 필요도 못 느낀다는 것이다.

재미난 것은 상해에 있는 또 다른 윤봉길 기념관인 매헌 기념관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6월 21일 윤봉길 의사 탄생 105주년 행사에서 윤봉길 기념사업회 상임부회장인 윤주 씨는 상해에 있는 윤봉길 의사 생애사적전시관 매헌의 폐쇄 위기를 전했었다. 이후 국가보훈처는 국가보훈처가 소유하지 않은 매헌의 보수공사를 루쉰공원과 협력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건물 보수는 물론 녹화공사에 다리까지 건설하는 사업으로 작업기간만 1년으로 계획되어있다.

이를 볼 때, 국가 보훈처의 변명은 당장 책임회피에 불과했다. 보훈처 소유물이 아니더라도 재정 지원 또는 관리지원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윤봉길 탄생 105주년 행사에서는 상해 매헌기념관뿐 아니라 서초구의 윤봉길기념관 관리 문제도 제기되었었다. 이를 고려했을 때, 국가보훈처는 윤봉길 기념관 관리 문제에 대해 당사자인 윤봉길기념사업회 또는 서울시 등과 충분히 논의와 협의할 시간과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보훈처는 그저 손 놓고 바라보고 있다가 현재의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윤봉길 기념관 소장 유물ⓒ SBS


역사인식의 부재와 역사왜곡이 현재 '심각한 문제'라며 역사 교육 강화를 외쳤던 정부는 현재 윤봉길 기념관의 문제에 무관심과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시민이 나서서 윤봉길 기념관 폐쇄를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다음 아고라 희망해에서는 희망모금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윤봉길 기념관의 곰팡이를 직접 제거하기 위한 봉사단을 모집하는 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역사 인식이 부재'와 '역사왜곡'의 주체는 시민일까. 아니면 정부일까. 소유하지 않은 것에는 아무런 지원의 이유도 필요도 못 느끼는 작금의 국가보훈처를 보면, 정부가 과연 '역사'를 교육해야 한다고 운운할 자격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다행히 의심을 해결하는 답은 간단하다. 윤봉길 기념관을 비롯한 현충 시설의 관리를 책임지는 국가 보훈처 본래의 목적과 책무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도적 한계를 핑계로 이런 책무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과 필요성에 입각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부가 말하는 '올바른 역사관'에 입각한 행동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