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종북 논란이 뜨거워졌다. 8월 28일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을 내란음모 혐의로 수사를 시작하며 종북 논란이 시작됐다. 여론의 관심은 순식간에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에서 이석기 의원에게로 옮겨갔다. 국정원의 의도적인 물타기 작전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이 묻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석기 의원의 시대착오적이고 비이성적인 발언이 심각한 문제임은 분명하다.

통합진보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당들은 이석기 의원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8월 30일 CBS 라디오에서 “이석기 의원이 종북세력이란 걸 국민들이 모두 알고 있다.”며 “이석기 의원을 제명하고, 통합진보당은 해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9월 3일 PBC 라디오에서 “통합진보당이 이석기 의원을 출당시키거나, 이석기 의원이 스스로 탈당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은 궁지에 몰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통합진보당은 작금의 현상을 매카시즘이라면서 비판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비판이 과다해 보이기도 한다. 특히 김진태 의원의 “통합진보당은 해산시켜야 한다.”는 발언은 지나치다. 그런데 이는 다른 정당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석기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선 제대로 해명하지 않는 통합진보당의 문제도 있다. 통합진보당은 애매한 답변과 말 바꾸기로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뉴시스


국정원이 이석기 의원을 내란음모 혐의로 수사하자, 통합진보당은 통신유류시설 파괴, 무기저장소 습격, 총기 준비 등의 내용이 허위로 날조된 것이라며 공안탄압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한국일보가 공개한 62페이지의 녹취록 전문을 보면 통합진보당의 의견에 동의하기는 힘들다. 만약 녹취록에 담긴 대화가 정말로 없었던 일이라면, 통합진보당은 그런 대화를 한 적이 없다고 분명하게 반박해야 했다. 그런데 9월 2일 통합진보당 대변인실이 게재한 글을 보면, 국정원의 말을 믿을 수 없으며 악의적인 왜곡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또한 “내란음모를 계획한 적이 없다.”는 말은 하지 않고, “내란음모 혐의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애매한 말을 한다. 마치 제3자에 대해 얘기하는 듯 말이다.

의혹이 커지는 데는 통합진보당의 말 바꾸기도 한 몫을 했다. 8월 28일 CBS 라디오에서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국정원이 녹취록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소설이라고 단호히 일축했다. 이후에 녹취록이 공개되자 이상규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녹취 내용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말을 바꿨다. 김재연 의원 또한 8월 30일에 CBS 라디오에서는, 녹취록에 등장하는 5월 12일 모임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9월 1일 뉴스Y와의 인터뷰에서는, 5월 12일에 있었던 강연 모임에 참석했다고 말을 바꿨다. 물론 8월 30일의 발언은 지하조직 모임에 대해 몰랐다는 말이었다고 해명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꺼림칙하다. 8월 30일에 지하조직 모임에 대해선 몰랐지만, 강연 모임은 갔다고 확실히 말했다면 의혹이 지금처럼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역공세까지 취하고 있다. 적반하장이란 사자성어가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통합진보당은 9월 3일, 녹취록을 공개한 한국일보에 기사 삭제 및 게시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동의한 민주당에 대해서는 “그간 민주당이 지켜왔던 가치와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민주당이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이고 아부한다고 비난했다.

통합진보당의 해명은 통합진보당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도리어 의혹을 더욱 키웠다. 통합진보당이 이번 종북 논란에서 정말로 떳떳하다면, 앞으로라도 해명을 확실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