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1일. 한국농구가 16년 만에 농구 월드컵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번 농구 월드컵 진출은 국제대회 호성적이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 ‘세대교체’와 ‘새로운 스타 탄생’이라는 두 가지 모습이 더 와 닿는 결과이다.

오빠부대를 이끌고 다녔던 이상민ⓒ 한국 프로농구연맹


프로스포츠는 스타가 생명. 스타부재로 힘들었던 농구계, 새로운 스타 탄생 가능할까?
 

1980년대부터 시작된 ‘농구대잔치’는 90년대에 이르러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실업팀과 대학팀이 함께 순위 싸움을 하는 이 대회에서 각 대학교의 꽃미남 선수들은 소위 ‘오빠부대’를 이끌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친구들을 따라 경기장을 자주 찾았다는 40대 여성은 그 때를 회상하며 농구 경기를 보러가기 보다 ‘오빠들’ 손을 한번이라도 잡아보려 갔었다고 했다. 손 한 번 잡기도 힘든 것이 경쟁자들이 워낙 많아 치여서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단다. 지금의 아이돌의 인기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당시 연세대하면 이상민, 문경은, 우지원이 떠오르고 고려대하면 현주엽이 떠오를 정도로 대학교마다의 라이벌 구도 역시 흥행에 한몫 했다.

TV 드라마 제작, 기업의 지원도 끌어내며 프로농구 시대 개막
 

예상치 못한 농구대잔치의 인기는 TV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높은 시청률과 함께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기업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프로스포츠로의 도약 필요성은 주장하면서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지 않았던 기업들이 앞 다투어 프로팀을 창설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학교를 막 졸업한 ‘농구대잔치’ 세대가 프로농구의 중심에 있었다. 이들은 여전히 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며 프로농구가 안전히 뿌리 내림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꾸준히 지속된 프로농구의 인기. 최근에는 새로운 스타 부재로 골머리

 년도 97~01   01~04 04~08 08~12 
 평균 관객수  70만  95만 100만 115만 

(표) 프로농구 평균 관객 수.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97년 첫 발을 내딛은 프로농구는 64만 명의 관중을 동원해 성공적인 출발을 보였다. 이후 지속적으로 관중 수가 증가하였다. 외국인 용병제도의 도입과 매년 등장하는 새로운 스타들은 관중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다양한 팀들이 벌이는 치열한 승부도 재미있지만 역시 팀별로 존재하는 스타들을 보러가기 위한 관중의 발걸음이 많았다. ‘프로스포츠가 곧 스타‘라는 것을 잘 보여준 계기가 있었다면 바로 이상민의 ’10년 연속 올스타전 최다 득표 수상’이 그 것이다. 이상민은 실력의 최정점에 있던 프로농구 초창기부터 실력이 점차 하락해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2010년까지 연속으로 올스타에 선정됐다. 이상민의 ‘10년 연속 올스타전 최다 득표’는 그의 실력이 관중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는 점도 있지만, 그만큼 그를 잇는 차세대 스타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김승현, 양동근 등의 선수들이 있었지만 그들도 어느새 30대에 접어들었다.

국제대회 좋은 성적 이후 발전한 야구와 축구. 최근 좋은 성적 거둔 농구는?

프로농구는 지난 15년간 꾸준한 관중 증가를 보여 왔다. 그러나 5~6% 내외의 관중의 연간 증가율은 괄목할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야구, 축구 등 농구보다 수월한 관중 수급을 보일 수 있는 경기장을 가진 종목에 비해 농구의 관중 증가율은 그리 높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로 인한 K-리그의 성장,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프로야구의 인기는 프로농구가 지속적인 관중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야구와 축구에 비해 관중 동원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에 자유롭지 못한 계기가 되었다. 야구와 축구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이후 국민들의 관심을 받았던 것과 비교해 봤을 때, 실망스러운 농구의 국제대회 성적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빼앗는 결과가 되었다는 것이다. 축구, 야구 종목에 비해 몸으로 상대와 직접 부딪히는 스포츠인 농구에서 걸출한 체구의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훌륭한 성적을 이루지 못한 중요한 이유였다.

그런 점에서 지난 달 11일 농구 월드컵 진출 소식은 농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16년 만의 농구월드컵 진출 사실 뿐만 아니라 기존 프로선수와 새로운 대학생들이 어우러진 한국 팀의 세대교체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수 년 째 프로농구를 즐겨 보고 있다는 최 모 씨(27)는 “이번 농구 월드컵 진출은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할뿐더러 새로운 대학 스타들이 탄생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농구 올림픽 이후 열린 프로-아마농구 최강전에서는 예년에 비해 많은 관중들이 농구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이 대회에서는 차세대 농구 스타로 발돋움 할 ‘예비스타’들이 저마다의 실력을 뽐냈다. 김종규, 김민구, 이종현 등의 대학 선수들은 이미 프로농구 라운드 픽에서 높은 자리를 찜해놓고 있다. 몸집도 크면서 유연한 선수를 원하는 현대농구에 걸맞는 이들의 성공은 당연한 것이다. 오랜만에 ‘다수’ 등장한 대학생 농구 스타에 농구계와 농구 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잇다. 이들은 많은 관중들을 농구장으로 몰고 올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농구계를 이끌 차세대 스타! 김종규 - 김민구 - 이종현


유명 감독의 승부조작과 은퇴 농구 선수의 음주운전 파문으로 시들해질 수 있는 프로농구 계에 헤쳐 나갈 수 있는 문이 생겼다. 이제 중요한 것은 대한농구협회의 다양한 이벤트와 꾸준한 관객 유지이다.


 
*승부조작
명 가드 출신이자 원주 동부의 코치, 감독직을 맡았던 강동희 씨가 지난 3월 4천여만원의 돈을 지인에게 받고 승부조작을 벌였던 사건. 8월 8일 강동희 씨는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