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정지원대학과 부실대학의 차이점: 일반인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된 35개 대학을 모두 ‘부실대’라 칭한다. 하지만 실제로 경영부실대학만을 부실대학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과 학자금대출제한대학을 ‘부실대학’으로 부르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작년 2학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그 무렵을 아직도 기억한다.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생전 연락 않던 동기가 전화를 걸어 받은 것이 그 시작이었다. “소식 들었어? 우리 대학 부실대래!” 전화 너머 그녀는 흡사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이 불안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얼마 전 서울 지역 내의 한 사립대학교가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됐다는 소문을 들은 차였다. 근데 그게 우리학교일 줄은! 취업을 눈앞에 둔 우리는 비리비리해 곧 쓰러질 것 같은 ‘부실’대라는 어감에 스스로의 건강이나 지켜 육체미를 뽐내자며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부실하지 않다! ⓒ동아일보

교육부로부터 날아온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됐다는 비보는 안 그래도 북한산 산자락 아래 위치해 쌀쌀했던 국민대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학교에서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돼 국가로부터 지원받지 못하게 된 국가장학금 2유형에 대해서는 학교 재정으로 해결해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추락한 학교의 이미지를 회복할 수는 없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려고 했다. ‘문제없다’는 학교의 대답은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었던 ‘국민 여러분 모두 불안에 떨지 말고 안심하시어 생업에 종사하라’는 말만큼 무의미했다. 

물론, 학교가 자신에게 그다지 해준 게 없다는 걸 알고 있었던 학생들은 일찌감치 생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우리는 방향도 이유도 없는 좌절에 빠졌고, ‘그럼 그렇지’ 정신이 캠퍼스를 휘감았다.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부터 탈출까지 … 1년이 10년 같았다 그러나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학내 총학생회, 운동권 학생조직, 총동문회까지 학교의 변화와 학생들의 관심을 부탁한다며 외쳤지만, 쓸데없는 짓이었다. 어렵사리 열린 비상학생총회에는 민망할 정도로 학생들이 모이지 않았고 ‘학교가 망했으니’ 제 살 길이나 찾자는데 많은 학생들이 공감했다.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학교 관계자들은 “학생들의 시각이 바뀌지 않으면 취업률을 극복하기 힘들다. 현재 우리학생들의 기대치가 연고대 학생들의 기대치와 비슷하다. 이러한 시각을 낮추지 않으면 취업률 극복이 힘들기 때문”, “우리가 다른 대학과 비교했을 때 편법을 쓰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답한다. 실로 마더 테레사가 울고 갈만큼의 희생과 도덕심이었다. 이 위기를 타개하고자 편법을 사용하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선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총장은 “다음에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된다면 책임을 지고 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해 ‘부실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학교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으자며 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ARS 5천원 모금을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총학생회 후보로 나온 학생들은 과연 우리 대학이 ‘부실대학’인지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인지를 가지고 갑론을박을 벌이기 시작했다. 후보 공청회에서는 “앞으로 ‘부실대’라는 말은 쓰지 말자”며 합의를 보았다. 이후 “우리 대학은 부실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이 유세 현장마다 따라다녔다.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되든 그렇지 않든, 별 일 없이 산다

다시 1년 전 불었던 서늘한 바람이 분다. 근데 올해 그 바람은 다른 곳에서 불 모양이다. 그 치열한 싸움들의 끝에서 결국 국민대학교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서 벗어났다. 지나간 1년을 익히 알고 함께 겪은 학교 구성원 모두 잠시나마 한숨을 돌리고 그날들을 회상했으리라. 

▲나도 울고 학교도 울고 북한산도 울었다 ⓒ네이버웹툰 ‘마음의 소리’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된 건 사실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매년 선정되는 대학 중에서 ‘상대적으로’ 관리가 허술한 지표들은 있기 마련이고, 이것이 한 대학 가치의 모든 걸 결정하지 않는다. ‘어떻게 국민대학교가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될 수 있느냐’던 교육부 장관의 일성도 선정 지표 자체의 헐거움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불협화음은, 그것이 설사 학교를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고 해도 아쉽기만 하다.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된 사실 자체보다는 학교의 대처에 실망했던 순간들이 많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올해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된 성공회대 외 35개 대학들이 현명하게 처한 난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 국민대는 그 불협화음을 지나고도, 별 일 없이 잘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