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언론을 향한 쓴소리, 언론유감 시즌2 !

수많은 언론들에서 날이면 날마다 다뤄지고 있는 20대, 청년, 대학생 관련 기사들. 20대를 주목하고 다그치고 때로는 힐난하는 기사들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일까요? 20대에 대한 왜곡된 시선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20대를 요리하는 키보드 위의 손끝들을 20대의 손으로 처단합니다! 매주 20대, 청년, 대학생 키워드로 보도된 기사들 중 어떤 기사가 왜 나쁜 것인지 조목조목 따져보는 ‘언론유감’ 연재입니다.


이번주 BAD 기사: [기고]젊은이들아, 문제는 바로 '독서야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31017000144

우리가 노벨상을 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시스템도 그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필자는 독서량의 차이가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나라는 이스라엘로 알려져 있다. 유태인들의 연평균 독서량은 68권에 달한다고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 국민들의 연간 독서량은 약 10권 정도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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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생들이 한 해에 도서관에서 9권 남짓한 책을 빌려본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하버드, 옥스퍼드 등 세계 유명 대학생들의 연평균 독서량은 100권에 달한다. 우리 젊은이들의 독서량이 얼마나 빈약한 지 알 수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해 각종 '스펙' 쌓기에 저마다 열성인데 가장 우선 목록이 독서가 되어야 한다. 



이 글은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독서량 부족’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의 독서량 부족을 문제삼으며, 스펙보다 ‘독서’가 먼저임을 역설하고 있다.

그런데 굳이 글쓴이가 ‘대학생 독서량’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어야 했는지는 의심스럽다. 독서량 부족은 젊은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2010년 통계청이 발표한 ‘연령별 1년간 평균 독서량’에 따르면 20대 독서량이 17.9권으로 가장 높다. 그리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독서량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그나마 독서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스펙 쌓는다고 독서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볼멘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글쓴이가 대학 총장의 입장으로서 학생들을 향한 애정어린 충고를 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독서량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예로 든 “우리 대학생들이 한 해에 도서관에서 9권 남짓한 책을 빌린다, 반면 세계 유명 대학생들의 독서량은 100권에 달한다”고 말한 부분은 상당히 과장·왜곡된 부분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2012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을 보면 하버드, 옥스퍼드등 세계 유명대학생들의 독서량이 100권에 달한다는 말은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인 걸 알 수 있다. 이 통계에선 북미 (미국·캐나다) 연구 도서관 협회인 ARL과 한국의 대학 도서관을 비교했는데, ARL에 가입한 115개 도서관의 1인당 대출 도서 수 평균은 15권이었고, 한국은 9.6권이었다. ARL 도서관 중 대출도서 수 1위는 1인당 대출도서 수 46권인 예일대가 차지했다. 한국에서는 서울대의 대출도서 수가 1인당 32권으로 1위를 차지했다. 32:46의 차이를 9:100인양 말한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도서관 인프라부터 차이가 상당하다. '1인당 대출도서 수'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1인당 소장도서 수'의 격차다. 미국 대학들의 소장도서 수는 한국 대학들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또한 학생1인당 대출 도서수 평균은 9.6권으로 글쓴이의 말과 일치한다. 그러나 4년제 대학교 도서관의 재학생 1인당 대출 도서수가 11.2권이고, 전문대 도서관 대출 도서수가 2.6권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

20대 대학생들이 ‘무한 경쟁’으로 몰리는 이때, 단순히 ‘용기는 지성에서 나오고 지성은 책에서 나오므로’ 책을 읽으라는 말이 어떤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대학생들 중에는 취업, 또는 시험공부와 관련되지 않는 책을 읽는 것을 사치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 책을 읽을 시간과, 심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사회 전반에 책을 읽는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갈 길이 바쁜 대학생들에게만 ‘독서의 당위’를 이야기 하는 건 부당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