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희망으로 소통하는 식사(이하 '희소식')' 이벤트를 시작한다. 10월 17일 박칼린 위원과의 점심식사를 시작으로, 올림픽 역도 여왕 장미란,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의 주역 나승연 등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의 위원이 청년과 함께 식사를 하며 소통의 기회를 갖는 자리이다.

위원회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희소식'의 취지를 "스펙이나 좋은 직업과 같은 획일적인 색에서 벗어나 다양한 꿈을 가진 청년들에게 희소식을 가져다주는 런치데이트 형식의 행사로, 청년위원과 소규모로 식사를 하면서 청년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과 고민 등을 주제로 대화하는 공간"의 마련이라고 밝혔다.

ⓒ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페이스북 페이지

'희소식'에 참여하게 될 청년들을 추리기 위한 모집은 청년위원회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진행되었다. 해당 모집공지 게시글에는 총 76명의 청년들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이중 선발된 8명은 박칼린 위원이 평소 즐겨 찾는 식당에 직접 초대되어 함께 식사를 하며 함으로써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게 될 예정이다.

청년들은 각각 열의 넘치는 문장을 통해 '내가 박칼린 위원과 점심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덧글의 대부분은 "평소 멘토로서 존경해온 박칼린 위원에게 미래에 대한 고민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다"로 요약되는 문장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박칼린 위원이 말하고, 용기를 북돋우며, 가능하다면 자신들의 고민에 대한 답을 내려주길 원하고 있었다.

당황스럽다. 그들은 왜 그런 요구를 내걸며 청년위원과 식사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가? 박칼린이라는 인물의 특징이 청년들에게서 그런 반응을 이끌어냈을 뿐인 걸까? 아니면 신청의 덧글을 단 청년들 대다수가 아예 '희소식'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일까?

"부자가 되려면 부자에게 점심을 사라"는 영국 속담이 있다. 부자와 가까이 지내면서 그들이 부를 얻게 된 과정을 배우려는 자세를 취하라는 조언이다. '희소식'에서의 '부자'는 위원(멘토)이 아니라 청년이어야 한다. '희소식'의 궁극적 지향은 청년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리고 전달할 발언의 공간이 되어야만 한다는 의미다.
 
'희소식'을 통해 청년위원들이 우리에게 어떤 '말'을 들려줄 수 있을까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에게 어떤 '정책'을 마련해줄 수 있을지를 들려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위원으로부터 어떻게 살아야할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할지, 우왕좌왕하며 묻고 감탄하다 결국 새로운 매뉴얼을 받아 돌아오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위원들이 청년에 대해 적극적으로 묻고, 들으며, 알아가는 자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기껏 마련된 '발언대'가 흔들리는 개인의 고민상담소나 자기계발 세미나의 수준에 머물러선 곤란하다. 이런 식의 소통이라면 결국엔 스타 멘토가 중심이 되는 단발성 행사의 재생산에 그칠 뿐이다. 그보다는 한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희소식'은 청년위원을 통해 청년의 요구를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