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한 삼성의 전략이 공개됐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입수한 ‘삼성 노조 무력화 문건’은 이틀 전 언론에 보도 되며 파장을 일으켰다. 삼성의 무노조전략이 사실로 드러났으며, 올해 초에 문제가 됐던 이마트의 노조 파괴 전략과 유사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삼성 노조 무력화 문건’을 입수하여 단독 보도한 언론사는 어디일까? 진보언론이라 일컬어지는 한겨레신문 혹은 경향신문을 먼저들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단독 보도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중앙일보에서 만든 JTBC였다.


손석희 전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5월, JTBC의 보도부문 사장직을 수락했다. 9월 16일부터는 <뉴스9>의 앵커 자리까지 맡았다. ‘신뢰받는 언론인’,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 타이틀을 오랜 기간 독점해온 손석희가 JTBC로 간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JTBC를 비롯한 종합편성채널은 출범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된 미디어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탓에 종편은 출범 전부터 비판을 받았다. 보수 성향 논객이 주로 출연하는 시사 프로그램 위주로 방송을 편성하며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도 받았다. 방송 내용이 선정적이라는 문제 제기 또한 끊이질 않았다. 이러한 종편 중 하나인 JTBC에 손석희가 참여한다는 소식에 대한 반응은 크게 “손석희에게 실망했다”와 “그래도 손석희니까 기대해본다”로 나뉘었다.

“손석희에게 실망했다”고 반응을 보인 이들은, 아무리 손석희라고 해도 JTBC라는 큰 조직을 혼자서 바꿔 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높은 자리에 올라 조직을 바꾸겠다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조직에 동화되었듯 말이다. “그래도 손석희니까 기대해본다”는 반응을 보인 이들도, 손석희가 과연 삼성 문제까지 건드릴 수 있을까 의문을 표했다. 여러 언론은 손석희와의 인터뷰에서 삼성 문제의 보도 가능 여부를 끈질기게 물었다. 손석희가 진행하는 <뉴스9>이 호평을 받는 속에서도 의문은 여전히 제기됐다. 한겨레신문은 10월 5일 토요판에서 “(손석희의) ‘믿어달라’는 약속은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라며 “새로운 도전은 이제 후배들의 몫으로 넘겨도 되는 것이 아닌가?”, “만약 실패한다면?” 등의 질문으로 손석희 앵커를 에둘러 비판했다.

여태껏 이어졌던 의문 제기에 손석희 앵커는 “삼성은 JTBC에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 “보도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반론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석희 앵커와 JTBC <뉴스9>을 판단하는 기준의 마지막에는 삼성 문제에 대한 보도 여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삼성 노조 무력화 문건’ 단독 보도는, 그 기준을 손석희 앵커와 JTBC <뉴스9>가 한 차례 통과했음을 의미한다. 손석희 앵커가 여러 차례 공언해왔던 언론인으로서의 신념이 실제로 표출된 것이다. 손석희 앵커와 JTBC <뉴스9>이 앞으로도 쭉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