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백지영 측이 악성 댓글을 남긴 네티즌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임신 4개월 상태에서 유산한 아픔을 겪은 백지영은 인터넷상에 악의적인 댓글과 합성 사진을 올린 네티즌 11명을 고소했다. 이들은 일간베스트와 디시인사이드 등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백지영의 유산 사실에 대한 욕설과 성적 조롱을 담은 글과 댓글을 수차례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악플러의 신원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에 이르는 학생, 회사원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범죄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며, 간곡하게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겹도록 뻔한 레퍼토리다. 뻔한 레퍼토리 속에서 뻔해지지 않는 것은 악플로 인한 피해자의 상처밖에 없다. 이미 수많은 연예인이 허위 사실 유포와 근거 없는 비난으로 인해 고통받아 왔으며, 일부는 무뎌지지 않는 고통으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도 했다.

최근 아이유 역시 허위 사실을 배포한 악플러를 두고 본인이 깊게 반성한 점을 고려해 선처한 바 있다. 이에 두 사례를 비교하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악플러에 대한 대응을 두고 누구는 용서했는데, 누구는 끝까지 추적해 강경 대응한다는 식이다. 실제로 현재까지는 악플러를 고소했다가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면 취하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 실제로 대면한 악플러에게서 인터넷상에서 활개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그들이 ‘너무 어린 학생이므로’ ‘딱한 집안 형편 때문에’ ‘집안을 책임져야 할 가장이라’며 절박한 상황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이때 연예인과 악플러 사이, 곧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악플러들은 딱한 사정을 내세워 상대의 감성을 자극하며 이른바 감성팔이를 통해 가해자의 지위를 슬그머니 지워버린다. 그리고는 되레 피해자에게 용서의 미덕을 운운하며 의연한 태도로 대인배가 되어줄 것을 간청하곤 한다.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사과와 용서는 처벌과는 별개의 문제다. 피해자에게 죄스러운 마음을 갖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범죄에 대해 진정으로 후회하고 있다면 그에 대한 합당한 처벌 역시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제대로 된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 용서는 아무런 힘도 없기 때문이다. 뻔한 레퍼토리는 또 다시 지겹도록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백지영의 소속사 WS엔터테인먼트는 “익명성을 악용해 무분별한 비방을 일삼는 이들로 인해 추가적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엄격한 법적 제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합의는 없다고 밝혔다. 무뎌지지 않는 고통 속에서 피해받는 이를 위해서든, 가해자의 제대로 된 반성을 위해서든 용서보다는 더욱 더 강경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