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광대, 내 직업은 수많은 관객. 그 앞에 웃음을 파는 일. 슬퍼도 웃으며 내 모습을 감추는게 철칙.” 리쌍의 노래 ‘광대’ 가사 일부다. TV 브라운관 속에서 수많은 시청자 앞에, 모니터 안에서 수많은 네티즌 앞에 선 광대들은 희로애락을 선사해준다. 이들은 ‘연예인’이라 불린다. 광대와는 다르게 연예인은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고, 청소년들에게는 장래희망이다. 거기에다가 돈도 많이 번다. 하지만 연예인이 광대보다 더 행복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광대는 무대 위에서만 자신의 모습을 감추면 되지만, 연예인은 무대 아래에서까지 자신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며칠 사이 인터넷에서 가수 에일리의 사생활이 발가벗겨졌다. 정말 말 그대로 발가벗겨졌다. 누드 사진 유출 때문이다. 미국의 K팝 사이트 올케이팝에서 게재한 누드 사진은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인터넷 연예 매체들은 이때다 싶었는지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누드 사진이 담긴 기사를 마구 올렸다. 일부 네티즌들은 모자이크가 되지 않는 원본 사진을 찾는가 하면, 고등학생이 속옷광고를 찍으려 한 것이 오히려 문제라며 에일리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들에게 에일리는 단지 흥미로운 화젯거리인 연예인에 불과했다. 그 과정에서 에일리가 받았을 상처는 쉽게 짐작할 수 없다.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엄청난 주목을 받는다. 동시에 평가를 받는다. 연예인들은 한 마디, 하나의 행동으로 인해 순식간에 개념 연예인으로 등극하기도 하고,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11월 11일에 빼빼로 대신 떡이나 농산물을 주고받자”고 말한 연예인 이준기, 공현주는 개념 발언을 했다며 폭풍 같은 칭찬을 받았다. 이런 현상은 한글날, 국군의 날 같은 국경일이면 어김없이 반복된다. 반면 단어 하나를 잘못 썼다가 몰매를 맞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시크릿의 전효성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민주화 시키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가 일베 논란에 휩싸였다. 때마침 대학 축제 시즌이었고, 몇몇 대학에선 시크릿의 무대를 취소시켰다. 카이스트에선 전효성이 사과 발언을 하는 조건으로 시크릿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지켜보는 수많은 눈과 엄격한 잣대로 인해, 연예인들은 일상 속에서도 편히 살기 힘들다. 어쩌면 연예인들에게 일상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연예인들은 TV 프로그램 촬영 중이 아니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중이 아니고, 쉬는 중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연예인으로 여겨진다. 어딜 가든 파파라치를 걱정해야 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는 사인 공세가 이어져서 가지 못한다. 말 하나, 사진 하나가 큰 문제가 될 수 있기에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도 없다. 연예인은 무대에서 내려와도 연예인의 가면을 계속 쓰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비단 연예 매체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연예인을 연예인으로만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부터 바뀌어야 한다. 연예인도 하나의 직업이고, 각각의 연예인들은 연예인이기 이전에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