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진당 파리지부 수십명이 모여서 (촛불시위를) 했다네요. 과연 이들을 대한민국 국민이라 할 수 있을까요?”라고 쓴 데 이어 8일에는 “이번에 파리에서 시위한 사람들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습니다”라며 협박과도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이에 재불한인들은 집회에 참석한 이들 중 통합진보당 당원은 아무도 없었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김 의원을 비판했다. 이는 미국 웹모바일 토픽스(Topix)에도 실리며 국제적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김 의원의 발언엔 민주주의의 ‘민’자도 모른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5천만 명의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의 민주주의 의식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다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SNS에 올린 글로 논란을 빚은 김진태 의원



김진태 의원의 머릿속엔 한국 국민이라도 감쌀 수 있는 국민과 배척해야 할 국민이 나뉘어 있나 보다. 그것을 가르는 기준점은 ‘종북’ 내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불복종’일 테다. 김 의원의 글을 살펴보면 통합진보당 및 그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박근혜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국민들도 ‘배척해야 할 국민’에 속한다. 나아가 ‘이들을 보고 피가 끓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라고 했으니 김진태 의원의 말에 동조하지 않는 모든 이들을 배척해야 할 국민에 포함시키고 있다.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의 상당수를 배척해야 할 국민으로 나눠버린 것도 큰 문제지만 애초에 ‘배척해야 할 국민’을 설정한 것 자체가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 백 번 양보해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RO는 그렇다고 치자.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시위를 한다는 이유로 그 국민들을 배척하자고 말할 수 있는가? 이것이 다양한 가치를 배척하지 않고 존중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 헌법은 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는데, 김 의원에겐 민주주의보다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이 더 큰 가치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김 의원이 시위대를 진보당원이라 오해했다면 더 문제다. 김 의원은 제대로 확인과정도 없이 RO를 진보당원 전체, 나아가 파리 시위대와 등치시켜 애꿎은 파리교민들을 ‘종북’으로 몰았으니 말이다. 김 의원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언뜻 스쳐 지나가는 단어가 있다. 매카시즘. 김 의원에게서 미국 극단적 반공주의를 일으켰던 매카시의 모습이 보이는 건, 지나친 상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