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돌은 정을 맞는다. 최근 서울시청을 제외한 6개 축구 구단 감독들이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박은선 선수의 성별 논란을 제기했다. 박은선 선수의 체력과 체격 등을 여성의 조건으로 보기에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인터넷 상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감독측은 ‘박은선에 대한 의학적 진료를 금년 말까지 실시하지 않으면 6개 구단은 다음 시즌 불참할 것’이라는 내용의 운영 방안까지 발표한 것으로 밝혀졌다.

ⓒ 연합뉴스


이에 분노한 네티즌들이 서명 운동에 나서는 등 여론의 뭇매가 쏟아지자 해당 구단감독측은 "농담에 불과했다"는 식으로 진실을 축소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여자축구연맹의 김정선 사무국장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이 너무 커져 감독들도 난처해한다. 6개 구단 감독들이 심각하게 항의한 것이 결코 아니다”며 “감독들이 (WK리그를) 보이콧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내년 리그는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난처함'만으로 끝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농담'으로 웃어넘기기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웃음을 잃었다. 박은선 선수는 6일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장문의 심경글을 올리며 성별로 인해 겪어야 했던 고통과 분노를 털어놓은 바 있다. 박은선 선수를 위해 5만 명의 서명을 목표로 시작된 이슈 청원에는 이미 7일 오전 1만5천 명 이상이 서명을 마쳤다.

ⓒ 박은선 선수 SNS 계정 캡쳐


박은선 선수가 성별논란에 시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아시안컵과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 당시에도 '성별 검사' 논란 탓에 이미 마음의 상처를 받은 상태다. 이번 사태가 한층 더 충격적인 이유는, 올림픽 당시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이미 규정에 맞는 판독을 거쳐 박은선 선수의 출전을 허락한 바 있다는 선례 위에 다시 불필요하게 불거진 논의이기 때문이다.

박은선 선수는 지난해 서울시청에 복귀한 이후, 올해 WK리그에서 19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오르며 만년 하위권이던 소속팀 서울시청을 준우승까지 끌어올렸다. 그렇다고 나머지 6개팀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이유를 박은선 선수가 '남자처럼'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말인가? 박은선 선수가 남자처럼 강한 게 이상하니 일단 확인하고 보겠다고? 세상에, 여자는 '당연히' 남자보다 축구를 못해야만 한다니!

인권 유린 같은 어려운 말은 잘 모르겠다. 다만 박은선 선수가 1m80cm·74㎏의 상대적으로 큰 체격과 저음의 목소리, 다른 여자 선수들에 비해 월등한 스피드·체력·힘을 가지고 있지 못했더라면 감독들이 어떤 핑계를 댔을지 의문이다. 특출난 기성품이 될 것을 요구하는 한국 사회의 모순에는 이제 넌더리가 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