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과일도 아닌 바나나가 대학가 소식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유는 숙명여대 학생식당을 운영하는 외주업체 신세계 푸드 때문이다. 신세계 푸드는 학생과 의견공유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 식당의 음식 가격을 올렸다. 이에 숙명여대 총학이 학생의 의사를 고려해달라며 항의 의사를 전달하자, 신세계 푸드는 “선착순 500명에게 바나나 제공”하겠다는 전대미문의 답변을 내놓는다. 총학이 다시 문제를 제기하자, 신세계 푸드는 “선착순 1100명에게 바나나 제공”에 “요구르트 추가제공”이라는 파격 조건으로 학생사회를 충격과 공포에 빠트리기에 이르렀다.

본인들의 보상안이 문제가 되자, 신세계 푸드 측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그들은 일방적인 제안이 아니라 합의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착순 500명에게’ ‘바나나 제공’이라는 혁명적인 보상안이 온전히 자신들이 고안한 것은 아니라는 겸손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세계 푸드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학생 식당을 운영하는 외주업체는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기업 입장에서 손님이 불만을 표시할 때, 그 불만을 일단 잠재우기 위해 하는 ‘보상’이라는 것이 대부분 그런 것들 아니던가. “아이고, 손님. 이거 드릴게요. 일단 진정하세요.”

학생들도 신세계 푸드의 태도에 놀랄 것 없다. 기업이 물가를 올리는 데에 소비자 전반의 의사를 존중하던가. 이번 경우처럼, 사기업이란 가격인상 할 때만큼은 시장의 반찬가게 아주머니보다 ‘큰 손’이 되어왔고, 딱히 거기에 미안한 감정을 가지지도 않는다. 많은 학생식당이 기업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학생은 단지 소비자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의 사태는 사실 예측이 가능한 결과였다. 다만 원숭이도 아니고, 바나나 따위로 보상하려는 기업의 상상력이 조금 놀라울 뿐이다.

숙명여대의 신세계 푸드가 보여준 ‘선착순 바나나 사태’는 단편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이미 대학은 기업화의 과정을 진행하는 것으로 모자라, 수족을 하나씩 기업에 팔아넘기고 있다. 기숙사를 기업에 넘기고, 학생 식당의 운영권을 기업에 쥐어준다. 가끔은 기숙사 건설과 운영 및 학생 식당의 운영이 깊은 연관성을 지닌 채 기업에 몽땅 제공되기도 한다. 대학은 기업화를 통해 학생들이 더 많은 돈을 대학에 쓰고, 대학에서 쓰며, 대학을 위해 쓰길 바란다. 그 결과는 학생이 대학이라는 ‘시장’에서 열심히 돈을 써야 하는 철저한 ‘소비자’로 전락하는 것이다.